(태그를 쓸줄 몰라서 링크로 대체)
수비 얘기 보니까 갑자기 애틀 유격수 Andrelton Simmons가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유격수의 수비를 보고 소름끼쳤던 적이 몇차례 있는데, 토론토에서 뛰던 맥도날드와 라도의 툴로입니다. 시애틀의 잭 윌슨이나 라이언도 나쁘진 않지만 하이라이트 영상 이외에 수비 외적인 부분에서의 압박이랄까 싶은 부분이 저 둘보단 덜하다는 생각이구요. 툴로나 맥도날드는 전성기 3대 유격수에 비교해본다면 로드보단 좀 못하고 나머지 둘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데, 올 시즌 시몬스를 보면서 정말 전율이 오더군요. 제가 직접 본 유격수 중 수비면에 있어 최고였던 유격수는 전성기 시절 오마 비즈켈인데, 시몬스는 비즈켈의 수비에 립켄의 어깨를 장착한 완성형이라고 보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오즈까지 노려볼만한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 같고요.
기본적으로 타구판단이나 (빠른 다리를 이용한) 범위, 포구 등 모든 스킬이 평균 이상인데 그 중에서도 어깨가 최상급입니다. 유격수로 이정도 어깨를 가진 선수는 최근엔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굳이 꼽자면 게레로가 유격수에서 던지는 느낌이랄까요. 전성기 립켄이 생각나는 어깨입니다. 거기다 어깨가 워낙 좋다 보니까 굳이 전력으로 던지지 않고 짧은 스탭으로 제구에 신경써서 던지는 모습이 여러차례 나오는데, 문제는 이런 퀵 모션이 리그 탑급 유격수들이 스트라이드 해서 던지는 것과 별 차이 안난다는거죠.
이렇게 어깨가 좋다 보니까 유격수로써는 정말 드물게 유익수 자리에서 수비를 봅니다. 수비 대기 중 흙을 밟는 모습을 많이 못보죠. 보통 일반적인 유격수가 이 위치를 선택한다면 내야안타가 양산이 됩니다. 2루수의 2익수화보다 훨씬 어려운 수비죠. 근데 시몬스는 어깨가 워낙 좋기 때문에 먼 위치에서 늦게 포구가 되도 제 타이밍에 파이어링이 가능해지는 거고요. 이때문에 3-유간이나 2-유간 타구는 웬만하면 빠져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수비 위치가 멀다보니 뜬공에 대한 대처도 훨씬 좋을 수 밖에 없으며, 발은 평균적인 수준(6도루 5도루자, 마이너에서도 60% 정도의 성공률)이지만 타구 판단이 워낙 좋고 상체 밸런스가 좋아서 느린 바운드 타구에 대한 대처도 굉장히 좋습니다. 라인드라이브는 말할것도 없고요.
그 중에서도 백미는 낮거나 느린 바운드 타구인데, 발이 로드급으로 빠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타구 판단이 빨라도 뛰어나오다보면 타이밍이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대처하려고 상당수의 낮고 느린 바운드 타구를 베어핸드 캐치로 처리해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이정도로 베어핸드의 비중이 높은 유격수는 비즈켈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이러다보니 올시즌 dWAR 수치가 무려 5.4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가 나와버렸습니다. 이게 어느정도의 수치냐 하면 올시즌 1위는 당연한거고,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모든 포지션 통틀어도 5점대 이상은 커녕 4점대도 열명 남짓 됩니다. 유격수가 아니고요. 역대 최초로 5.4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를 찍어버린겁니다. 런세이브와 토털존, UZR 등에서도 역대 1위죠.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아메리칸 리그 WAR 4위라는 성적을 찍어버렸는데, 시몬스는 올해 타격 2할5푼도 못찍었고 그나마 봐줄만한 수치는 홈런(17) 뿐입니다. 도루도 처참했고요. 그런데도 6.7이라는 WAR를 찍으며 데이빗 라잇까지 제처버렸습니다.
내년에도 류현진, 추신수 등의 활약으로 MLB 많이들 보실텐데 가끔 애틀란타 경기를 보신다면 시몬스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신다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역대급 유격수의 등장이 아닌가 조심스레 예측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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