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컴컴한 방안에서 익숙한듯한 노래소리가 들린다.
" No matter what I do
All I think about is you
Even when I’m with my Boo
Boy, you know I’m crazy over you "
Nelly - Dilemma
산지 반년정도 된 나의 아이폰 벨소리이다.
사고나서 한번도 벨소리를 바꾼적도 없으니
이 벨소리 또한 반년정도 벨소리로써 쓰이고 있다.
안경을 벗으면 0.1정도 밖에 안되는 나의 시력으로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거리며 아이폰을 찾는다.
스마트폰 방식인 터치로 전화를 받는다. 익숙한 행동이다.
" 아들, 뭐해? "
" 응...? 이제 일어났어. "
어머니다. 하루 이틀 꼴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물론 나도 먼저 전화를 할때도 많다. 요근래 내가
전화를 안해서 그런가 어머니께서 먼저 전화가 온거다.
" 아들 이 시간에 일어나고 여태까지 잔거야? "
" 아아.. 아침에 잤어 아침에. "
마치 수십번도 반복해서 본 다운받은 영화의 내용이
예상 되었다는듯 엄마의 잔소리 스킬이 시전됨이 느껴진다.
덜 깬 목소리로 나는 귀찮듯이 건성으로 대답한다.
" ....일도 안하고 계획도 없고.... "
" 알았어요 알았어... "
나는 현재 이 상황을 피할려고만 한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있어도 나에겐 별 효응이 없다.
아마도 10년도 넘게 떨어져 산 탓이렸다.
짧은 통화를 끝내고 당연하다는듯한 행동으로 안경을 쓴다.
방 불을 킨다. 마침 기숙사 방에 룸메이트가 없어 이 때다
싶어 방안에서 새벽에 산 담배를 꺼낸다. 나름 비흡연자인
룸메이트를 배려한다고 룸메이트가 없을때만 방안에서
담배를 피운다. 담배 한개피를 꺼내 책상에 톡톡 굴린다음
라이타로 불을 붙인다.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다.
더블클릭을 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엊그저께 다운받은
코코로 마키짱의 영상처럼. 마치 오랫동안 해온 익숙한 행동.
현재 이 좁은 방안에서 내가 세상과 접하는 유일한 매개체.
컴퓨터가 내 앞에 있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난 어떻게
이 루즈한 잉여 생활을 견뎌냈을까.
물론 사람 만나는걸 피한다는건 절대 아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나 사람 만나는것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사람 정에 굶주린 사람이다.
허나 사람을 만나자고 말을 못꺼내는 실정이다. 이유인 즉슨
돈이 없어서이다.
당장 차비도 아까울 판국이다. 새해가 되자 대중교통비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니 100원짜리 한개도 아쉬울 마당이다.
담배값도 오른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직 오르지 않았음에
나는 대한민국 정부가 고마울 따름일뿐이다.
현재 지갑안에 있는 현금은 10,260 원.
인턴을 시작하고 취업계를 내고 난후로부터 하도 먹는것에
지출을 하다보니 살은 살대로 찌고 통장 잔고액은 마이너스에
이르렀다. 급한 불부터 끄다보니 친구에게 돈도 꾸고 폰 요금도
몇달째 밀리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백화점에 일한
월급은 받자마자 바로 다 텅텅 날라가게 생겨버렸다. 하기사
한달 한달 조금 일해서 얼마나 통장에 잔액이 남겠냐만.
백화점 일을 그만둔것은 놀고 싶어서 그만둔것이 가장 크다.
졸업작품이 끝나자 마자 바로 인턴을 시작하고 인턴이 끝나자
마자 바로 백화점 일을 하였다. '나도 쉬고 싶다' 라는
쓸데없는 보상심리에 이러한 욕구가 더욱더 커진것일까.
그래도 부가적인 이유 역시 또한 돈때문이다. 더이상 차비까지
빌리면서 일을 할수 없을거 같아서이다.
직영매장이네 뭐네해서 직접 매장에서 월급을 지급하는것이
아니고 본사에서 월급을 통장에 지급하는 시스템인데,
매니져 누나가 내 직원서류를 늦게 본사에 올려 월급을 2달만에
받게 생겨버린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달후에 월급을 받을거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돈을 거의 다 써버렸는데
(그렇다고 흥청망청 쓴 금액도 아니다.)
결국 교통카드에 충전할 돈조차 없어 쩔쩔 매게 되버린것이다.
매번 이럴때마다 ' 아, 돈 아껴써야 하는데.. ' 라고
반성을 하지만 그때뿐이다. 어릴때 부유하게 살던 버릇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아직까지도 돈 쓰는것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참네, 그러면서 돈 없다고 궁상이나 떨고
앉아 있으니 나도 참 아이러니한 놈이다.
각설하고 이제 막 일어난 나는 컴퓨터를 키고
매번 실행하던 네이트온 메신져도 로그인 하지도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온라인 RPG 게임인 와우인것이다. [World of Warcraft]
이 게임과 인연을 맺은지도 나름 꽤나 오래 되었다.
20살 겨울에 오픈베타때부터 인연을 맺어왔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게임을 오래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어
만랩을 7년째 못찍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만랩을 찍게 되었다.
물론 같이 하던 친구들의 도움도 있기도 했지만 난생 처음으로
만랩을 찍었다라는 성취감이 있어서였을까.
몇일째 나의 하루는 와우로 시작을 하고 와우로 하루를
끝낸다. 방에서 나가는건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식사 한끼를
먹기 위하거나 아니면 담배 사러 나갈때 아니면 빨래.
이 세가지 아니면 기숙사 방에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을 안만났었지만 이제는
와우를 하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뭐랄까.. 3달전까지만 해도 졸작을 할려고 사람 만나는것도
미루고 컴퓨터 앞에서 있던 내 모습이 다시 재현이 된것이다.
단지 바뀐거라곤 졸업작품이 아닌 와우를 한다는것.
현재 시간은 아침 9시. 지금 잠이 든다면 잠에서 깬지
17시간만에 잠이 드는거다. 그리고 다시 오후에 잠에서
깰것이다.
언제쯤 나는 이런 생활에서 탈피를 할 수 있을것인가.. 라는
호구스러운 생각에 잠들기전에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인터넷으로 뒤적 대지만 메모만 해놓을뿐 결국 잠에서 깨면
언제 그랬냐는듯 와우를 접속하는 나를 볼수가 있게 된다.
이로써 난 점점 아무것도 못하고 노년층 와우 유저로.
청년실업 40만 시대에 일조를 하고 있는 호구인생으로써
인생을 마감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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