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참 난감할 때가 있다. 영화적으로는 그저 그런 영화였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혹은 이유)으로 인해 무척이나 재미있게 즐긴 영화가 그렇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그 재미있는 부분에 대해서 써보고자 야심차게 키보드를 붙잡지만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무엇이 좋았는지 막연하기만하고, 그렇다보니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지난한 일이다.
바로 드림업과 같은 영화가 그런 영화이다. 굳이 따진다면 청춘버라이어티물이라는 매우 비빔밥스러운 장르영화에 속하는 드림업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성적으로는 '역시 엉망진창인 헐리웃 틴에이저용 영화'라고 비웃음을 치게 만들었지만 감성적으로는 '어이쿠 이 영화 꽤 신나는데?' 흡족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뭐 속칭 '장르영화'의 장점이나 한계라고나 할까. 출연진은 빵빵한 십대 아이돌들이지만 영화는 온통 고루한 클리셰가 넘쳐나고, 이야기는 청춘의 이야기지만 그 청춘의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한 탓인지 이야기의 구성은 중구난방을 넘어서 엉망진창의 수위를 넘실넘실 거린다. 그럼에도 드림업을 무조건 나쁜 영화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드림업이 그 나름의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텝업'과 같이 신나는 음악과 끓어오르는 열기를 밴드 버젼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 영화 그리 나쁜 영화만은 아닐 것이다.
잡담 | 1377명이 읽었어요. 18.222.10.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