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도 아니고 엔지니어도 아니고 직무도 애매하게 섞였죠.
서버개발 6개월정도, 전산실 OP근무 2년정도했는데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위에서 좋게 봐서 단기 프로젝트에 PM으로도 들어가보고 뭐 여러가지 해본덕에 지금 회사에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사는 작년 9월에 이직하게 되었고 연봉 3100만. 온라인 식품 유통업 / 오프라인 요식업 브랜드 운영 등 기술과 관련 없는 업태입니다.
좆중좆소라 총 인원 30여명정도 있는데 유일한 기술직이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개발관련된 업무 비중은 낮아서 쇼핑몰 운영관리나 간단한 웹개발 / 매출정산 등 잡무가 섞여있습니다.
실제로 IT팀이 없고 MD팀에 들어가있습니다. 온라인 사업부와 관련된 데이터 정제 / 분석 업무같은것도 해가면서말이죠. 필요한 툴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어주거나 쇼핑몰을 프론트엔드를 커스텀한다거나 솔루션 도입을 검토한다던가 뭐 그런것 외에 물류 관련된 업무를 백업하고 있습니다. 물류솔루션 도입때문에 엮이게 된건데 어쩌다보니 점점 물류관련 업무가 넘어오게 돼서 3PL대표랑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되었을정도예여.
여튼 이 회사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서장이 진짜 사람 존나 빡치게 합니다. 아 여자구요. 사실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알았는데 실업급여 석달받느니 여기서 두어달 일하면 돈은 더 벌겠다싶어서 버티다보니 어느새 반년이 넘었습니다.
최대 9명있던 팀이 어느새 4명만남게 된 이유는 부서장이 유일한 이유입니다. 진짜 존나 대단한 아이디어뱅크라 수시로 업무를 개미친듯이 던져대는데 9명이 감당하기 힘들정도였죠. 수작업으로 해야되는것들도 많고 요구사항도 많고 좆소인데 프로세스는 또 대기업이라 절차도 많고 개같아요. 뭣보다 다른사람 말을 안들어요. 아무리 다들 아니라고해도 고집이 존나 세서 결국 답정너가 됩니다. 저번달까지도 진짜 개혈압이 오르는일이 매주 한두번씩은 꼭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사람이 많이 나가고 남은 인원 4명으로 업무를 하게되니 자연스레 저한테 의존도가 높아지더군요. 저랑 성격도 존나 안맞아서 맨날 부딪혔는데 제가 이제 나갈생각으로 걍 대충설렁 받아줬더니 태도가 좀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고집은 존나 오집니다.
뭐 여튼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저도 이사람을 대처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된건지 어느정도 적응도 되고 요즘은 설렁설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 회사 전체분위기가 존나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라서 칼퇴근 하는 경우도 꽤 있고 보통 7시전이나 늦어도 8시정도면 퇴근하게됩니다.
팀 인원도 남2여2로 분위기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인원들이 언제까지 붙어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언제 누구 하나가 나가도 이상하게생각되지 않을정도로 빡치게 하는 부서장때문입니다.
대표도 부서장이 모든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갈아치우려고 하지만 여간해서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부서장이 친누나거든요. 대표가 온라인사업을 시작할 때 관련된 업무 경험이 있었던 사람중에 최고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자기 누나였고 가족을 영입한건데...... 4년동안 순수 14억을 까먹었네요. 어쨌든 이사람의 비중을 조금씩 비중을 줄여가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금방 문제가 해결될것같지는 않습니다.
여튼 그래도 이 회사에 있었던 덕분에 유통과 온라인쇼핑등에 대한 눈이 밝아져서 개인적으로 사업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가방을 떼다 파는건데 이제 곧 오픈합니다. 물론 회사에는 말 안했고 투잡으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합니다. 규모가 커지면 그만둬야겠지만요. 잘됐을때 얘기고...ㅎㅎ 그러다보니 디자인팀하고 교류도 있는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 디자이너들한테 알바 주기도 좋고 재무팀하고 나름 또 긴밀해서 세금 관련된 문의 하기도좋고 그래요.
그런데 최근에 아는분한테 이직제의가 들어왔어요.
옮기는 곳은 보안솔루션 회사인데 나름대로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좆소구요. 모 솔루션의 커스텀 개발자 포지션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맞게 솔루션을 커스텀해주는게 주 업무가 될것같구요. 그러다보니 요청이 없으면 딱히 할일도 없죠. 그럴일은 없지만. 말로는 하루에 업무시간은 3~4시간정도고 나머지는 다 자기계발 시간이라도 합니다. 아무래도 개발자 포지션이니 그럴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실제로는 엄청 빡세게 해야 적응할 수 있을거같아요. 언어는 C++인데 이걸로 일을 해본적은 없어서 첨부터 다시 다 배워야될거같구요. 조건은 연봉 4200입니다.
현재연봉에서 1100만원이 뛰구요. 직급은 지금도 과장이고 넘어가도 과장입니다. 아무래도 15명 미만의 개발자 집단이다보니 분위기 자체는 매우 조용하고 정적일듯합니다. 아. 면접은 합격했습니다. 사실 대표면접만 남았는데 개짓만 하지않는이상...ㅎㅎ 소개로 간거다보니 뭐 딱히 문제도 없더군요. 개발 거의 할줄모르는데도 가르쳐서 쓰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를 현재 부서장한테 했더니 저를 잡으면서 3600까지 올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4000넘겨달라고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힘들고 500 올려준거죠. 좀더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고민은 해보겠다고 합니다. 아마 3700이나 3800선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점심식대 제공되는거 생각하면 현재 회사나 옮기는 회사나 연봉차이는 300남짓이겠네요. 위치도 거의 비슷합니다. 현재는 상암, 옮기는 곳은 구로. 통근시간은 비슷해요. 회사 사업규모는 현재회사가 몇배는 더 크긴합니다. 지금은 대충 200억대정도? 옮길곳은 3~50억정도.
사실 핵심은 이겁니다.
지금 회사에서 남아 기술직의 비중을 줄이고 유통쪽 업무를 더 늘려서 장기적으로 퇴사 후 사업을 시작할 기반을 닦아놓느냐.
아니면 이직 후 기술직으로 더 오래할 생각으로 3~4년정도 경력쌓고 관리자 포지션으로 지속할 것이냐.
개인적으로는 둘다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나이처먹고 이제 IT가 존나 질려가긴 한다는점. 직장인으로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월급쟁이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꾸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 회사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회사에서는 그게 괜찮은편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장때문에 사업이 존나 크기는 힘들꺼라는 점.
옮기는 곳에 대한 정보는 사실 겪어보지않으면 모르는거라...
너무 고민됩니다. 어찌보면 누가봐도 그냥 옮기는게 답일거같아요.
경력직 직장인이 자기 직무에 맞춰서 옮기고 연봉 조금이라도 더 높게 받는게 맞는거겠죠. 연봉 1000이면 거의 한달 실수령이 60만원가량 오르는거라 생활이 달라지긴 하겠죠. 그래도 지금 회사에서 어느정도는 맞춰주니까 저정도는 아니더라도 오르긴합니다만....
결국 선택은 제가 하는거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1081명이 읽었어요. 18.119.119.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