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곳은 깡촌에 조그마한 개인 병원 입니다.
개인병원의 원무과(저 포함 3명)에서 제 밑으론 접수직 아가씨 있고
위로 부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병원 사정상 원장 한 분에 총무 보시는 이사님 그리고 간호사 쌤 등등
근무 환경부터 말씀드리면 머리에 쥐가 날것 같은게
1. 병원에 인력이 없어요
깡촌이긴 한데 깐에 병원이라서 어르신들이라던가 엄청나게 옵니다.
기본적인 인력은 있는데 어디까지나 기.본.적인거라서 손이 너무 부족해요
병원 인력이 없어서 제가 원무과 일 보다가도 동시에 이것저것처리 해야해서 엄청 바쁩니다.
일보다가도 갑자기 컴퓨터 안된다고 올라가서 한번 봐줘야하고
전구 고장나면 갈아 껴줘야하고 원장이 시킨일 해야하고,
이사가 시킨일에 간호사 쌤들은 잡일은 전부 나몰라라 해버리거나
저희한테 xx 안돼네요 고쳐주세요 하고 자기들은 손 놔버리는 식이라서 그것도
해줘야합니다.
근본적으로 병원에 젊은 남자 직원이 저나 부장 정도 밖에 없어서 원무과 일에
잡일 다 해줘야하고요. 심지어 엘레베이터 맨 밑바닥에 물이 찬적이 있는데
그거 점검 온다고 혼자 장화신고 내려가서 물 다 뺀적도 있어요. 야근으로.. 수당은 말 뿐이였지만...
또 병원에서 필요한 교육이라던가 그런것 막 다 떠 넘길려고 하고요.
바쁘다고 사람 뽑자고 해도 지원도 없거니와(접수직 직원 뽑는데 거의 반년 가까이 걸려서 멘붕 오는줄...) 면접때 근무 조건이 안맞으면 서로 바이바이라서 잘 안뽑을려고 하고요
또 병원 사정이 어쩌니 하면서 너희가 좀 이해하라를 시전하는데 미칠것 같습니다.
2. 지역 어르신들
병원 오시면 다들 첫번째로 접수 부터 하실텐데 이 지역은 어르신들 밖에 없어서(체감상 접수 환자 50% 이상이 65세 이신거 같음)
기본적으로 직원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반말+순서새치기+빨리해주게+버스시간 놓치면 집에 못간다+등등 정말 신사같은 어르신들도 많지만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아퍼서 오기 때문에 평소의 인내심 같은게 잘 발휘가 안되시는지 좀만 오래 걸려도 화내신다던가...
그리고 결국 못 참고 진료실로 돌진 ->원장한테 한마디함 -> 원장 나와서 환자한테는
뭐라 못하기 때문에 원무과를 박살냄
이렇게 듣는것도 한두번이지 하루걸러 하루 이런 수라장이고 정말...어휴
3.근무 시간
병원 진료시간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점심시간 1시간30분)이라 근무시간이라고 정해진거 계산해보면 7시간 30분정도 되는데 사실 위 명시된건 진료시간이고
기본적으로 8시~8시 30분 출근에 그날 환자가 수에 따라서 운 나쁘면 점심시간도
대충 20분정도 밥만 먹고 다시 진료하고요
진료가 늦게끝나서 최종적으로 이것저것 정리하면 밤 8시, 간혹 밤9시에도 끝나고 그럽니다.
또 원내 다른 분 직원분들은 오후 6시 되서 외래진료 대충 정리되거나 간호사분들이라던가
엑스레이 쌤이라던가 본인 시간 근무시간 끝나면 가버리는데
저 같은 경우 원장이 일이 끝나야 일이 끝나는거라 그때까지 못 가구요.
이런것 정도는 요구할 수 있는데 말 못하는 제가 또 바보 같아서 자괴감도 들고요
낮 동안에 스트레스 잔뜩 받다가 밤에 늦게 끝나고 집에가서 인터넷 한두시간 하다가 자고 또 일어나서 일하고....후
4.연봉
사실 제가 이제 서른인데 여기가 거의 첫직장이나 다름없어서 월급같은건 크게 신경 안쓰고 있습니다. 연봉 보니까 2000중반 이더라구요. 아 여기 병원 상여금이니 설, 추석 따로 뭐 그런것 일체 없고요. 뭐 그래도 받는 정도는 저 혼자 놀고 먹기는 쏠쏠해서 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위에 나열한 것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몇 번 사표도 냈다가
그냥 다시 받아서 일하고 있어요.
사실 월급관련해서도 할말이 많은데 이건 민감한거라 (월급이 밀린다거나 밀린다거나...)
.......................
제가 원래 이런 의료 관련 학과 출신도 아니고 지방거점국립대 공대 출신인데
해당 과에 별로 생각이 없어서 이것저것 다른거 노려보다가 부모님이 아시는 병원에서
사무직으로 잠시 경험이라도 쌓으라고 하셔서 온게
벌써 햇수로 2년이 넘어가버렸네요.
근 2년 동안 배우기도 많이 배웠는데 제 생각에 사실 병원에서 일개 직원이 할 수 있는게
많진 않은것 같아서요. 평생 직장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것 같구요.
이 직종에 딱히 흥미가 있는것도 아니고.. 위치도 깡촌이라 재미도 없고요
병원에선 원장하고 아는 사이고 원장 본인이 저 챙겨주겠다고 지금만 지나면
월급이고 휴가고 다 챙겨주겠다고 뭐 반쯤 농담으로 평생 가자 이러고 있는데
사실 너무 힘들기도 하고 정말 하기 싫어요.
이게 기본적으로 어르신들 상대하는거라 말도 안통하고,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심하고.
건강도 너무 해치는 것 같고요. 최근들어선 귓바퀴 뒤쪽 그 목하고 머리하고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해야하나 거기가 막찌릿찌릿하기도 하고 입 돌아가기 직전처럼
얼굴 한쪽은 냉하고 한쪽은 막 후끈후끈하고 이명도 자주 들리구요.
맨날 피곤에 쩔어서 에너지 드링크(핫식스)같은거 막 들이키는데 이제는 카페인 중독 같아요
진짜로 건강이나 자아실현(?) 뭐 이런거 때문에 생각같아선 지금 당장 짐싸고 뛰쳐나가고
싶은데 부모님이고 원장이고 제가 힘들다고 이렇게 말하면 젊으니까 좀 고생좀 하고
참아야지, 라던가 원장이 다 챙겨 줄거다 이런식이라서요
근데 또 막상 나가면 당장 할 수 있는것도 없을것 같고요.
계속 하자니 진짜로 풍이나 뇌졸증 같은거로 어느날 한번에 훅 갈거 같아서 무섭기도하고요
힘들기도 하고요.
구구절절 적다보니 단점 위주로 가버렸는데 병원일도 장점이 있겠죠?...
말이 길어져버렸는데 설문이라도 한번만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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