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서울시 송파구 마천(거여동, 또는 거마동)동에 거주할때의 일입니다(국민학교 1학년, 8세)
형과는 나이차이가 꽤 나서 형은 6학년, 나는 1학년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심심한 형은 나에게 매일 받아쓰기를 시키고 좀 어려운 문제를 내서 항상 100점을 못받게한 후 이를 빌미로 벌로 저를 때리며 긴 방학의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우리 뒷산으로 소풍갈래?" 하고 저에게 물었고, 저는 일단 ㅇㅋ를 외치고 받아쓰기하루를 넘긴다는 생각에 기뻐했습니다
형이 3천원을 쥐어주고 과자를 사오라고 해서 큰검은봉지 꽉차게 가져온 과자(정말 봉지과자만) 를 가방 하나에 꽉 채워넣고 그러고도 남은 몇개를 까먹고 동상이몽속에 내일의 하루를 기대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이윽고 새날이 밝고 오전 열시정도가 되어 가방을 등에 메고 출발을 했습니다.
이날따라 날씨도 맑고맑아 전형적인 소풍간지가 피어오르면서 저는 받아쓰기를 재꼈다는 생각도 잊고 이 소풍을 즐기는 마음에 들뜬 기분으로 한걸음한걸음을 걸었ㅂ습니다.
사실 소풍이래봣자 뒷산(남한산성 서울side)이고, 약수터가느라 3~4일에 한번씩은 가는 곳이지만 이렇게 소풍간지로 가방에 평소에 잘안먹던 과자까지 채우고 떠나는 상황이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설레었을까요,,
일단 길을 걸으며 형과함께 과자하나를 까먹고 걸었습니다.
다 먹을 무렵 목이 말랐습니다
제가 가방을 메고 있었기 때문에 가방을 벗지않기위해 형에게 부탁했습니다.
"형 가방에서 음료수좀 꺼내줘"
"음료수 안샀잖아"
"........."
"........."
짠 과자를 다 먹어서 목이 말랐지만 우리는 뭐 그냥 이 산에는 약수터도 많고 *^^*하면서 약수터를 향해 걸었습니다
시원하게 목을 축였지만 물통이없어 저장은 못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떠났습니다
11시쯤 되었을까 남한산성 성곽에 닿아 아래를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약수터는 수십수백번 가봤지만 성곽에 오른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다며 돌고 과자를 두어개 까먹고 산정상에오르면 고전이지만 필수격으로 "야~호~~~~" 도 한번 해보고 대포구멍에 머리도 한번 넣어보고 소풍의 유희를 마음껏 느끼고, 과자는 몇개 안까먹었지만 이제 내려가기로 합의를 했습ㄴ니다.
이제 내려가려고 성곽의 끝을 걸었습니다
..
"형 이거 아까봤던거잖아"
"어"
.....
"이거도 아까봤던거지"
"그렇네"
우리는 같은 성곽을 계속 끼고 돌고돌고 돌고있었습니다.
한시간을 그렇게 돌고있었을까, 형이 그냥 아무곳이나 내려갔습니다
"형 거긴 길 없잖아"
"괜찮아 내려와"
형은 길이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계속 따라갔습니다. 길은 없고 덤불도 가끔나왓으며, 길이 없었기에 사람의 것이라고는 볼수 없는 짐승의 똥들도 보았습니다.
순간 호랑이나 치타가 나오면 어떻게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형보고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형은 나의 재촉에 빨리 걸어가다 자빠져 발목을 삐고, 왜 재촉했냐며 두어대를 맞는동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갈 정도로 시간은 많이 지났습니다(아, 해가 진게 아니고 날씨가 흐려졌다).
그렇게 불편해진 몸과 맘을 이끌고 산아래를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바깥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황색 모래밭과 포크레인, 황색 하늘.
"여기 어디지.."
"형 여기 어디야?"
"반대로 내려왔나봐"
"......."
"형 우리 어떠케?"
목이 말랐습니다. 물론 물은 없었고 목을 더 타게할 짠과자들만 내등에짐. 물 파는곳도 없고 돈도없고 할수있는건 걷는것 밖에 없었습니다.
목말라서 서로 말없이 한참을 걷다가 형이 말했습니다.
"저기 큰 길이 고속도로잖아. 저거만 따라가면 서울이 나와, 표지판 보이지.. 서울 **km.. 저거만 따라가면 서울 나와"
"..........."
지금에야 안 것이지만 우리는 서울쪽 남한산성을 타고올라, 성남쪽 남한산성으로 내려온 것이었습니다-_-;;;;;;;;;;;;;;;;
그때만해도 개발중이고 공사가 한창이던 성남의 한 부분을 보게 된거죠.
막 온갖 욕이 마음속에 홍수를 이루고 가방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형이라서 참고 걸었습니다
한편으론 나땜에 발목까지 뼜는데 이렇게 걸어갈 생각하니 애처롭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생사를 걸어야했기에 일단 걷자는 생각만 했고
네시간쯤 걸었을까 앞에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환영합니다 여기부터는 서울입니다."
씨발 감동의 눈물이 피어오르긴 했지만 서울이긴 했는데 길이 변한건 없고 여기가 서울의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겠으며 이제부턴 어떻게 집에가야하는지도 더 모르고 앞으로 우리가 살 수 있을지 물은 어디에 가면 있는지 오히려 마음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마음을 형이 알았는지 "우리 이제 거의 다 왔다! 다왔다!"라며 밑도끝도없이 다왔다고 외치며 걷고 걸으며 흥을(또는 화를)북돋어 줬습니다
이렇게 걷다걷다 지쳐 쓰러져갈 무렵 우리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까지 걸어온것을 확인 했습니다
형한테 돈이 있냐고 물었는데 역시나 없다고 했습니다
형이랑 이거 등에 과자를 팔까 하는 생각도 하다가 사회생활 쪼랩들이라 그짓도 못하고 걸어서 오금동을 향하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오금동으로, 그리고 거여동을 찾아 밤 9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와서 가방을 푼 이후로 저는 현재까지(26세) 과자를 입에 잘 대지 않고 있으며, 저희 형은 그날 발목을 삐고 발에 온갖 물집이 다 잡혀 걷지 못할 상태에서 엄마한테 동생 대리고 어딜 나가냐고 죽기직전까지 맞고 쫒겨났습니다(새벽에 몰래 다시 들어옴).
지금 하라고 해도 하지못할 12시간 도보여행이지만 모험과 스릴이 넘치는 하루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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