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하자면 스포츠삼아 가볍게 캠핑 + 걷기 정도의 장비만 챙겨 왔다가 개 낭패본 여행이었습니다.
사람마다 피지컬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780키로래봤자 좆밥일수도 있겠지만 10여년간 사무실에서 썩다보니 파오후 된 저한텐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네요.
특히 프랑스 루트는 출발 1일차부터 피레네 1500미터 고지 넘는데다가 3일차까지 계속 돌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햄스트링, 무릎, 발목에 무리가 굉장히 많이 갑니다.
나중에 한 4주차쯤 되면 또 1주일 내내 1400고지 넘는 구간 있긴한데 그쯤되면 몸이 알아서 적응하고 본인 페이스도 잘 알기 때문에 의외로 많이 안힘듭니다.
참고로 첫날이랑 4주차 산에서 조난당해 죽는 사람도 매년 나오기 때문에.. 겨울에 갈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막상 산티아고 현지 도착하면 울컥할줄 알았는데 별 느낌 안나더군요. 순례 인증서 받으면 기쁘다기보단 그냥 허무합니다. 내 5주간의 고생의 결과가 달랑 종이 한장인가? 하는 허무함
아무튼 걸어보고 나서 반드시 챙기면 좋겠다는 준비물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준비물만 챙겨도 대략 배낭무게 7키로 정도 나오니까 가급적 배낭무게는 물, 식료품 포함 10키로 미만으로 맞추는게 좋습니다.
배낭 넘 무거우면 어깨 뭉쳐서 체력 소모가 더 심해지더라구요.
여행 경비는 하루에 대략 15~25유로 정도 든다 보시면 됩니다.
아, 스페인이랑 프랑스 이동에는 Captain train, GoEuro 라는 앱을 썼고,
순례 동안에는 Camino Pilgrim 이란 앱을 썼습니다. 이거 서양애들 굉장히 많이 쓰는 앱이더라구요.
1. 걷는동안 입을 옷은 2벌이면 충분. 스페인 태양 뜨거워서 낮에 널어두면 다 마름. 굳이 챙기자면 관광객모드용까지 3벌. 그 이상은 사치
2. 면수건, 얇은 모포, 등산침낭 - 순례자 숙소에서는 둘다 안주는데다 밤에는 춥기 때문에 필수. 등산침낭은 여름엔 그다지 필요하진 않은데 겨울엔 반드시 들고와야 함
3. 신발 - 신발은 발바닥, 발목 보호되는 밑창 푹신하고 바닥 딱딱한거 1켤레와, 실내용 쪼리 1켤레 필요. 안그러다간 맨발로 실내 다녀야 함
4. 얇은 비옷 - 난 인터넷에서 방수 골프웨어 한벌 사서 들고갔는데 추운 밤에 겹옷으로도 쓸 수 있고 비오는날 걸어야 할때 유용
5. 방수 가방커버 - 순례자숙소는 1박 이상은 안 재워 주기때문에 비와도 걸어가야 하므로..
6. 바늘, 바세린 - 물집 치료용. 5주 내내 물집이 따라다니기 때문
7. 양말 - 질기고 약간 타이트한 면양말. 합성섬유나 인조섬유 양말 신고오다가 발 씹창남
8.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 난 멍청하게 컴퓨터(1kg) 까지 챙겼는데 요즘 폰이 좋아서 컴퓨터 별 쓸모없음. 심지어 스페인 국내 교통도 왠만하면 앱으로 다 해결가능. 그외에 디지털기기는 죄다 무게만 차지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니 과감하게 skip하세요. 액션캠 정도는 괜찮을듯
9. 핸드폰 - 4~5일차쯤 지나는 마을(Pamplona) 에서 핸드폰 개통가능. 대리점 젤 많은 Movistar 가 무난하고, Vodafone 정도까지는 괜춘. Orange (오렌지라고 발음하면 못알아듣고 오랑헤 라고 해야됨), Yoigo 는 걍 패스하셈. 대략 4기가 정도면 한달 내내 데이터 걱정 없이 쓸수 있음
10. 포크숟가락 - 요거트나 죽 같은 요리 해먹고 싶을때 필요
11. 3단 접이우산 - 햇빛 너무 뜨거울때 양산으로 쓰고 관광객 모드일때 비오는날 쓸 수 있음
12. 가방 - 프레임 없는놈으로, 25~30리터 정도가 적정. 어차피 더 큰거 들고 가봐야 자기 어깨만 박살남
13. 모자 - 일사병으로 죽기싫으면 모자는 필수. 중간에 메세타라는 고원지대는 패스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낮에 길에서 일사병, 탈수로 쓰러지면 레알 주님곁으로 감
14. 750mL ~ 1L 물통 - 스페인은 편의점도 없고 주로 걷는 시간대에는 안 여는 가게도 많아서 물통 없이 가다간 심한경우 12km을 물 없이 걸어야 하는 경우 발생
15. 헤드라이트 혹은 랜턴 - 낮에 햇빛 너무 뜨거워서 새벽에 걷는경우가 많은데 불빛 없이는 밤에 갈림길에서 표식 발견못하고 헤맬 수 있음. 실제로 제가 밤에 몇번 헤맨 적이 있기도 하고 (병신)..
16. 가루세제, 여행용 세면세트 - 부피도 작은주제에 거의 2주정도 쓸 수 있어서 유용. 다 떨어지면 현지에서 또 사면 됨
17. 등산스틱 최소 1개, 무릎, 손목 아대 - 내리막에서 발목, 무릎, 스틱 찍으면서 생기는 손목 충격 보호용. 없으면 피봅니다.
18. 빨래집게, 지퍼락 봉지 - 없으면 많이 불편.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무게 대비 굉장히 유용하기 때문에 챙겨가면 좋음
그리고 4주차쯤부터 넘어가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부터는 공립 여행자숙소(Albergue municipal)에는 조리도구가 없어서 거의 사먹게됩니다. 지출이 급상승함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가는 여행이라면 각자 짐에 추가로 등산용 코펠, 끝 뭉툭한 접이식 식칼 정도 들고 다니면서 식신로드 찍으면 재밌겠더라구요
실제로 서양권 애들은 음식 사먹기보단 아예 조리도구까지 들고 다니면서 해먹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그리고 영어와 스페인어 회화가 가능하면 여행이 굉장히 풍성해 집니다.
3x일 가량을 매일 혼자 걷기만 하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뭐때문에 이짓을 하나 싶은 순간도 들때가 많을겁니다.
근데 숙소에서 약속이나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몇일 전부터 보이던 얼굴이 계속 보인다?
그 순간에 먼저 철판깔고 인사하면 그뒤로 쭉 친구 됩니다. 여행이 급 재밌어져요.
다들 시간나면 한번씩들 도전해 보면 좋은 추억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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