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일이 바빠서 주말에 공부를 하고 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오늘도 평소에 자주 가는 동네 24시간 카페에서 한참 공부하고 작업을 하다가 귀가를 하게 됐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10시~12시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텐데(저희 동네는 그 시간대에도 유동 인구가 상당 있습니다) 오늘 따라 이것저것 봐야할 게 많아져서 새벽 2시 반쯤에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카페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8~10분 정도의 거리라 먼 것도 아니어서 큰길 쪽으로 해서 걸어갔습니다.
집 가까이에 다와서 아파트가 있는 주택가 골목 쪽으로 들어서는데 4갈래로 갈라지는 골목에서, 야구모자 쓴 남자 하나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가 제가 걸어오는 쪽을 한번 돌아보니 가던 방향에서 다시 돌아와서 제 쪽으로 오더라고요. '?' 뭐여..? 왜 와? 하면서 멈칫 멈췄는데 바지 내리고 손 장난을 합디다. 바보스럽게 어, 어, 어, 하면서 소리도 막 내는데 저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빵 터져서, 아저씨, 뭐 어쩌라고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하면서 막 웃었더니 후다닥 바지 올리고 자기 서 있는 자리 뒤에 있던 트럭 뒤로 숨더라고요.
여전히 우습긴 우스웠는데 집으로 들어가려면 직진으로 좀 더 가야 하고 혹시 쪽팔려서 분한 마음에 쫓아와 직접적으로 해코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의점이 있는 골목 쪽으로 우회했습니다. 진짜 흉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옴마! 편의점이 닫힌 겁니다.
편의점을 믿고 가로등이 더 없고 사람도 더더욱 없는 골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는데 불이 꺼져 있으니, 마주쳤을 땐 놀라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엄청 불안하더라고요. 진짜 따라왔는진 모르겠지만 뒤 돌아봐서 혹시 마주치면, 내가 지금 뒤를 돌아본 건 내가 겁 먹었다는 증거야! 하는 신호가 될까봐 여유로운 척하는 경보로 큰길 쪽으로 푸다디딛디ㅣ딛디디다다다 나갔습니다.
큰길 쪽을 배회하면서 혹시 잠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뢰를 피해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또 웬 택시기사가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면서 큰길에 있는 편의점 큰 창으로 절 엄청 뚫어져라 5분은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진짜 무슨 날인지, 어의가 없고 어이가 없어서...............
결국 길 가던 여성 분께 사정 설명하고 가시는 방향 같으면 같이 좀 갈 수 있냐고 했는데, 마침 택시 타실 건데 집 앞에 내려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하다고 꾸벅꾸벅 연거푸 인사하고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치한을 본 건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어서, 신기하네.... 하면서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어쩐지 기분이 뭔가 찜찜한 게 이상하더라고요.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 남자 얼굴이 아는 얼굴인 겁니다. 자지도 못하고 삼십분을 머리 싸매고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하다가 결국 동창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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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력을 부정하고 싶어서 어머니 주무시는데 살금살금 졸업앨범 까지 꺼내왔는데 ...... 진짜 좀 덜 삭은 아까 그 아저씨가 똑같이 바보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어서 정말 "헐" 했네요. 정말 오랜만에 세상에 이런 일이 급의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적다 보니 마음이 좀 싱숭생숭한 게, 개는(오타 아닙니다) 지난 십여 년간 어떤 일이 있었길래 새벽에 길 가던 (동창-물론 몰랐겠지만)여자를 따라와서는 바지를 내리고 자기를 좀 봐달라고 시위를 하게 되었을까요. 참....... 씁쓸하고 .... 제가 씁쓸해한다는 게 약간 어이 없기도 한..... 복잡한 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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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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