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리박사랑 동일 선상에서 놓기 힘든 분이라는걸 전제로 해둡니다
때는 작년에 일어난 독립군 최대 병크 자유시 참변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1922년 2월 8일.
이 날 상하이 외곽 지역에서 길을 가던 한 남자의 앞에 4명의 사람이 가로막았다.
"김구 선생의 명으로 민족의 배신자를 처단한다."
몸에 12발을 맞고 쓰러져간 이 사람. 과연 민족의 배신자였을까?
김립. 본명은 김익용. 대한제국 시절, 전제군주제 아래선 근대적 개혁이 힘들다 판단한 그는 입헌제의 수립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맹세하고 동지인 허헌과 함께 입,헌 두 글자를 나눠쓰기로 한다. 그리고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후 만주-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계속한다. 그를 가리켜 일본 헌병대에선 '배일흥한(排日興韓)을 기도하는 유력자'로 규정하고 체포에 열을 올린다. 독립운동가 사이에선 뛰어난 책사로 재주와 인물이 제1류라 칭했다. 그는 임정 국무총리 이동휘가 이끌던
고려공산당에 속한 독립운동가였다.
비극은 러시아로부터 일어났다. 1920년, 코민테른(국제공산당)은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한민족을 돕기로 결정하고 200만 루블을 원조하기로 한다. 이에 레닌은 일단 60만 루블(현재 한화로 600억 정도)을 지원하였다. 임정 국무총리이자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의 거두였던 이동휘는 측근인 한형권을 모스크바로 보내 이 협상을 완료한다. 고려공산당은 액수가 너무 커 한번에 운반하기 어려운 관계로 20만 루블은 모스크바에 두고 40만 루블을 먼저 운반하기로 했다. 운반책으로 모스크바에서 치타까지 한형권이, 치타에서 상하이는 김립이 맡았다.
그러나 이 돈은 임정한테 가지 않았다. 물론 상하이에서 활동했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 자금의 덕을 보았지만 그 자금의 관리는 임정이 아니라 고려공산당에서 이루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임정 산하기관이었지만 김구와 이동휘는 이념도 달랐고 서로간의 알력도 있어 세가 나눠지는 상황이었다. 임정에선 이 자금이 본인들이 유용하기를 원했으나 이동휘는 이를 거부했고 상황이 극에 치달려 결국 1921년 이동휘는 임정 국무총리직에서 사임한다.
그리고 김립이 이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김구는 김립을 공금횡령범으로 규정하고 1922년, 사람을 보내 상하이에 있던 김립을 암살한다.
백범일지에는 이와 관련해서 간략하게 적여있다.
"죽일만해서 죽였다."
문제는 이 것에 대해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단지 소문만 있었다. 그 소문은 애초에 누가 냈을까?
이에 대해 안창호까지 코민테른의 자금을 왜 임정에서 써야하냐고 이견을 냈지만 김구는 무시했다.
소련 해체 후 개방된 코민테른의 보고서를 보면 상하이파 공산당에서 이 자금에 대해 철저하게 보고했고 김립의 횡령근거는 전혀 없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자금은 한인사회당, 그리고 그 후신인 상하이파 공산당에 준 것이지 임정에 준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김구 마음에 안들어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금을 달라고 떼쓰고 말을 안듣자 엄한 독립운동가 한 사람을 공금횡령범으로 몰아 죽여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로 임정의 국제적 신용도는 바닥을 치게 되고 자금난에 허덕이게 된다. 돈줄이 마르자 임정의 장악력은 극도로 낮아지고 국민대표회의가 열리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그리고 여기서 리박사가 임정의 국제지위를 맡게 된다.(아..앙대)
당연히 코민테른으로부터 더 받기로 한 나머지 140만 루블은 공중으로 증발한다.
그리고 사회주의 계열과 임정은 서로를 적대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크게 보면 분단의 단초를 제공한 사건이라 볼 수도 있겠다.
끝으로 김립은 김구 선생 덕분에 아직까지도 공금횡령범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로 매번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심의 과정에서 탈락하고 있다.
아랫줄 맨 오른쪽이 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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