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여러마리의 햄스터들을 키우고, 차례대로 보내면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과 설령 병원에 보내더라도 많은걸 해줄수 없는소동물의 한계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트에 갈때면 마트동물판매대에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 햄스터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걸 구경하는게 하나의 취미처럼 되었다. 데려올 생각은 하지 않고, 그곳의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아기 햄스터들을 구경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하필 그날 그곳에는 새끼 햄스터들하고 다른 햄스터들이 있었다. 보통 딸기를 담을 투명 플라스틱 용기안에 들어있던 두마리의 햄스터는 어정쩡하게 커버려 귀엽지도 않았고,딱히 그렇다고 이쁘지도 않았다. 덕분에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 얘들은 버림받은 애들이구나.
매장을 담당하던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사간 어린 초등학생이 더 못키운다고 비닐봉지에 담아와서 버리고 갔다고했고 아마 판매가 되지 않을거같다고 했다.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까,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놈들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귀여운 새끼 햄스터들을 데려오지 왜 그런 애들을 데려가냐고 어머니가 툴툴거리셨다. 하지만 그러시면서도 두놈들에게 니들 오늘 운좋은줄알라고 하셨다. 아무튼 그렇게 집에와서 두마리를 자세히보니 가관이었다. 한마리는 주인놈이 가지고 놀다 떨어트렸는지 앞발이 부러져 기억자로 굳어버린 상태였고, 한마리는 펄과 정글리언의 혼혈인지 흰털에 군데군데 검은털이 나서 전혀 이쁘지 않았다. 아마 매장에 있었으면 절대 팔리진 않았을거다.
앞발이 부러진 놈은 덩치가 커서 돼쥐라고 이름짓고 다른 놈은 그냥 흰쥐라고 이름지었다. 왠지 이름짓는데 공을 들이면 나중에 정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무심하게 지었지만, 그렇게 일이 생각대로 돌아가는 법은 없었다. 둘다 수컷인줄 알았는데 돼쥐는 암컷이었고, 더 큰 문제는 이미 집에 들어올때부터 임신해있었으며, 더욱 큰 문제는 우리 집에 온지 3일도 안되서 출산을 해버린것이었다. 부랴부랴 격리하고 가려주고했지만 근래의 일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카니발리즘이 발생하고 말았다.그때까지 햄스터를 무조건 한마리씩 키웠기 때문에 집에서 햄스터가 출산을 한적이 없었고, 관련 지식이 없던 어머니는 충격을 좀 받으셨지만 이런 일의 발생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더니 납득하셨다. 예전에 내가 태어나기전에 유산을 겪으셨던 어머니는 오히려 그 일 덕분에 햄스터들에게 더 큰 정을 쏟으셨고, 산모가 건강해야한다면서 예전엔 햄스터에게 먹이려고 하면 무슨 쥐에게 그런걸 주냐고 하시던 사람이 먹는것들을 손수 주시기 시작했다.
덕분에 암컷인 돼쥐보다도 작았던 흰쥐의 덩치가 날이 다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뭔 햄스터에게 닭가슴살부터 과일이면 과일 심지어 설렁탕에 들어가는 소고기도 따로 조금씩 삶아서 주셨으니까...아무튼 돼쥐는 꽤 빨리 건강을 회복했다. 흰쥐는 풍부한 영양공급덕인지 무럭무럭 자라났고, 힘도 부쩍이나 세졌다. 예전에 키우던 골든햄스터인 뭉치도 낑낑거리며 올라가던 리빙박스 벽을 잘도 뛰어 올라갔고 쳇바퀴를 돌리면 소리가 다른 드워프햄스터들 돌리는 소리와 달리 비범했다. 손에 잡으면 토실토실하고 통통하다는 느낌보다 쫀쫀하고 단단하단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무척이나 잘 자란거 같았다. 더군다나 어릴때는 여기저기 났던 검은털이 사라지고 등뒤에 일자로 검은 줄이 생기면서 정변(?)하며 잘생겨졌다. 어머니도 같은 햄스터가 아닌거 같다고 하시며 흰쥐가 자라면서 변하는 모습에 꽤나 신기해하셨다. 그리고 눈병 때문에 갔던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이 다른 햄스터들 평균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말씀이 이상하게도 나에겐 칭찬으로 들렸다. 버림받았던 햄스터를 평균 이상으로 만들다니! 이런 기분이 들었고, 덕분에 한동안 흰쥐는 내 자랑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돼쥐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크게 아프지 않고 어느날 자다가 떠났다. 그래서 왠지 크게 슬프진 않았고 다른 햄스터들을 묻어주던 학교 화단에 묻어주며 그래도 사람으로 치면 이건 호상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흰쥐의 눈병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눈병으로 가면 바로 바로 좋은 결과를 보여줬던 아크리스 내방후에도 잠깐 가라앉을 뿐이었고, 흰쥐의 한쪽 눈은 꾸준히 부어있었다. 톱밥베딩을 종이 베딩으로 바꿔봐도, 천 베딩으로 바꿔도, 아예 베딩을 다 치워봐도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과거 타스가 백내장이 걸려서 눈동자가 부어올라 감기지 않는 바람에 늘 고름이 차고 피눈물이 나서 힘들게 지내다 떠난 기억때문에 눈병은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흰쥐의 눈병은 계속 나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그래서 뭔가 먹을걸 사기 시작했다. 햄스터에게 인삼같다는 미나리 생초도 구매했고, 징그러워서 단 한번도 살 생각을 하지도 않았던 살아있는 밀웜도 구매했다. 어머니도 비슷한 생각이셨는지 집에 선물로 들어온 장뇌삼의 잔뿌리 한가닥을 몰래 잘라서 흰쥐에게 먹이셨다. 하지만 흰쥐는 천천히 말라갔고, 눈병은 위세를 키워갔다. 2년째 된 햄스터가 말라간다는것이 무슨 의미인지 여러번의 이별덕에 너무나 잘알고 있던 나는 뭐든 먹이고 싶었다. 물론 그런 시도들은 전세를 뒤집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않았다. 손바닥 가득 들어찼던 흰쥐는 어느새 손의 반도 차지하지 않고 손에 올려놔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나가있던 차에 어머니에게 카톡이 왔다. 흰쥐가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동기갤에 예전에 썻던 글을 확인해보니, 2012년 7월 18일에 데려왔던 흰쥐는 2014년 8월 23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보통 2년을 넘게 살면 오래 산거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왠지 흰쥐가 2년을 넘게 산것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고간 선물인듯 했다. 나는 내세를 믿지는 않지만 동물들은 다들 착하게 살다가 떠나니까, 그들을 위해서 준비된 곳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고 많이 미안하다, 편히 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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