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들이 꽤 많아져서 거의 매주 한두편씩 본 것 같은데 영화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갑론을박이 되고 있는데... 저도 몇 글자 보태 보겠습니다.
1. 군도 (3/5)
개인적으로 2014년 최고의 한국 영화 기대작이었는데... 뭐. 다들 그렇게 생각하듯 망했어요...
후반기에도 특별히 기대되는 영화가 안 보이는데(빅매치나 베테랑 정도...?) 작년 신세계 정도로 뜬금포가 터지지 않는 이상 개인적으로는 올 한해 한국 상업 영화는 그냥 끝난 듯(뭐. 이제 곧 신시티 2랑 인터스텔라도 개봉하는데 알게 뭐람 --;)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뜬금 없이 나레이션 집어 넣는거나, 캐릭터들이 떼거리로 등장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리듬'이라는 점에서 폭망한게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사실 전작인 범죄와의 전쟁부터 생각 한건데, 맛깔나는 대사나 잘 잡힌 캐릭터와 상황에 묻어간거지 돌아 보면 이야기를 끊고 잘라서 앞뒤로 갖다 붙이는 맥락이 뭔가 이상한 부분이 많음.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시간의 순서를 왔다갔다 하거나, 이야기 꼭지별로 시간 배분이 어색하거나... 뭐. 장고를 만들고 싶었다거나 그런 소리도 들리는데... 정말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장고의 분위기를 따라하기보다는 타린티노가 장고 뉴 버전에서 얼마나 영화적 리듬을 잘 가지고 놀면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지를 배워야함.
더불어서 이번 작품에서 윤종빈이 가장 실패한 지점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공간(시간을 포함한)에 대한 이해 부족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윤종빈의 가장 큰 장점이 용서받지 못한자도 그렇고, 비스티 보이즈도 그렇고 인물들이 위치한 공간과 상황에 대해서 아주 그럴듯하게 그려낸다는 점이거든요. 범죄와의 전쟁은 약간 성기긴 하지만 굉장히 유니크하고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이해도 분명 존재하구요(족보 뒤지는 부분이나 공무원 운운하는 대사에서 윤종빈이 바라보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 잘 드러나죠). 그런데 군도는...?
아무리 뭐 백성들이 수탈당하고 환곡의 폐해가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를 한들, 그건 그냥 '백성들이 고통받는 조선 시대' 이렇게 적힌 배경 설정 한 줄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님. 감독 말대로 자기가 만들면서 신나고, 관객들이 보면서 신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거나 말거나, 애들이 다 흐릿한 배경 위에 붕 떠서 그냥 시나리오에 적힌 자기 설정대로만 놀고 있는데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날리가 있나.
(앞으로 한국에서 주요 인물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 만들 감독들은 의무적으로 범죄의 재구성 2번 이상 다시 보고 만들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좋은 교보재가 있는데 왜 다들 자기 맘대로 말아먹고 있나)
어쨌든 기대가 커서 실망이 컸는데... 뭐. 영화관에서 돈 내고 보는게 아까운 정도도 아니고, 그럭저럭 재미는 확실히 있지 않나요. 강동원 보는 맛도 있고...(바지 젖음)
2. 명량 (3/5)
요즘 가장 시끄러운 영화인 명량... 진중권 아저씨가 '졸작'이라고 친히 태그를 달아주셨는데요. 뭐. 졸작까지는 아닌 것 같고 이 영화가 과연 이렇게까지 흥할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비스므레하게 생각함.
그런데 뭐 언제는 영화가 좋아서 천만 찍나... 지금 흥행 페이스가 좀 괴랄하기는 한데... 이건 사실 영화 자체보다는 40,50대 관객풀이 가진 힘에 주목하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봐야하지 않는가 싶어요.
명량이 원래부터 영화의 주요 소비층인 2,30대에게도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40,50대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다는게, 휴가철이나 기타 등등의 조건들과 겹치면서 괴랄한 흥행 곡선을 만들고 있는 것 같고... 그 와중에 국뽕은 사실 별로 상관 없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국뽕을 존나 혐오하는 사람인데요(추레기 싫어하는 이유의 절반 정도도 추신수 >> 이치로 이딴 소리 늘어 놓는 국뽕환자들 때문) 이 영화를 국뽕에 범주에 놓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어요. 디워처럼 좆병신 같은 언플하면서 아리랑 틀고 개지랄을 떠는 영화도 아니고... 이순신이 소재라고 해서 국뽕으로 치부하기에는 자랑스러워 할만한 것을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것 자체를 국뽕이라고 할 수는 없죠.
물론 존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몇몇 장면(소위 텔레파시 장면이나, 백성들이 갑툭튀...)이 있긴 한데 그건 그냥 감독 취향이 병신이라서 발생한 문제고, 그것 자체가 국뽕 코드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나... 모.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별로 재미 없음.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를 어쩌고 하는데, ㅅㅂ 무슨 사람들이 병신도 아니고 당연히 순신이형도 전쟁 나가기 전에 쫄리고 했겠지. 근데 그런 내외부적인 어려움도 다 이겨내고 충공깽의 전적을 올리고 나라를 구해내셨으니까 성웅이신거지... 그걸 누가 모르나. 그런데 그걸 영화 시작하고 거의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계속 존나 재미없는 톤으로 반복하고 있음.
그냥 대놓고 말하면 영화 시작하고 한시간 정도는 마지막 전쟁씬을 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야하는 세금. 그것도 과잉 징수하는...
어쨌든 영화 자체는 그냥 그런데... 문제는 배급사랑 영화관 개놈의 새끼들이 군도, 명량, 해적 3콤보를 주구장창 틀고 있는 바람에 괜찮은 영화들의 시간표가 나가리되고 있다는게 제일 크죠.
뭐. 그냥 우격다짐으로 상영관 때려잡고 있는게 아니라, 예매율도 어지간히 높게 나오면서 그러고 있는거라 당연히 순리대로 장사하고 있는 극장들을 욕할 건 아닌데...
덕분에 아직도 드래곤 길들이기 2를 극장에서 못 보고 있는게 존나 빡침.
양심이 있으면 하루에 한 타임 정도는 저녁 시간을 내줘야 하는거 아니냐(책상을 쾅쾅 내려치며)
하마트면 가오갤도 극장에서 못 볼 뻔 했네 ㅅㅂ
3. 가오갤(5/5)
단연코 투 썸스 업.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들을 존나 좋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랑 취향이 조금 다른데요. 그래서 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상영시간 내내 침 질질 흘리면서 봤음
아마도 다들 동의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나온 영화중 최고였음.
(다들 동의하지 않을 나의 부등호를 보자면 가오갤 >>>> 아이언맨 > 토르 >>>>>>> 어벤져스 > 캡아)
파크 앤 레져베이션에서 역대급 dumbass로 나왔던 놈이 첫 장면에서부터 미친 스텝 밟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데... 보는 내내 진짜 존나 신남. 아무래도 제작의 방향성이 다르다보니 그런 듯 하지만 대사도 확실히 다른 마블 시네마틱 영화들보다 맛깔나고(여러번 얘기했지만 어벤져스 대사 쓴 놈들은 전부 부관참시해야함) 화면빨도 아름답고(노웨어. 간지 터짐) 그냥 내가 오락 영화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즐거움이 다 들어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음. 음악부터 시작해서... 보는 내내 쨍한 화면발과 달리 오히려 옛날 sf 영화들을 처음 볼 때 느꼈던 오락적인 쾌감(스타 게이트 등)마저 느껴질 정도라서 바지 다 지림.
가모라가 별로 안 예쁜 거랑... 로난 놈 멍청한게 좀 흠인 것 같기는 한데, 마지막에 욘두 무쌍 난무 간지 하나로도 다 커버 될 정도.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 다음 편이 2017년에 나온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냥 시덥잖은거 만들지 말고 이거 그냥 일 년에 한 편씩 만들어주면 안 되나...
방화 | 2456명이 읽었어요. 3.137.187.1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