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내재된 '약육강식'의 원리 그 자체에 물들어버린 인간상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좀비가 된 이들은 말그대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사리분별의 영역에서 끄집어내어 마치 본능인것처럼 당연히 행하게되죠.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인간들 또한 곧 그들과 같은 생각에 물들게 됩니다.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뜻)
이들의 약점은 '약육강식' 그 자체입니다.
더이상 먹어치울 약자가 없다면, 먹히거나 굶어죽고 말죠.
우리의 주인공인 유아인과 박신혜는 그러한 생각에 전면적 반기를 들고
최소한의 인간스러움을 지키기 위해 서로 나누고 협동하는 인물입니다.
이들의 약점은 혼자가 되는 것, 서로가 없는 것입니다.
이 둘은 모두 혼자라는 생각이 극에 달했을때 자살을 시도하죠.
물론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 뒤론 좀비숲을 헤치고 나올정도의 용기를 갖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카피라이트 중 하나는
#문자 #데이터 #통화 #와이파이 모든게 끊긴 세상에서 살아남아라.
이 모든 것이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실제로 유아인은 영화 초반에 업로드하지 못할 유투브 영상을 찍으며
가상의 시청자와 소통을 하며 고독을 견뎌냅니다.
영화는 이러한 언택트적 환경이 인간성을 얼마나 위협하는지와 함께
시스템이 우리를 크게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려합니다.
이 영화에서 '집'은
약육강식의 밀림에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보호받기 위한 장치입니다.
집에는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잠을 잘 수 있는 침대
그리고 좀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철문을 갖고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커다란' 좀비, 혹은 여러 좀비가 덤벼든다면 이 철문을 부수는 것 또한 가능하고
이 집에있는 식량과 주거는 무한한 '최소한의 보호'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유아인의 철문은 영화 초반부부터 고장나고,
박신혜의 철문은 언제 고장났는지 몰라서 '스스로' 보호장치를 만들고 뜬눈으로 잠을자죠.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작동하지 않는 '병신 아파트'의 소화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 절대 엑시트를 의식한 장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저씨는 좀비와 인간 사이의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약육강식의 논리를 이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좀비가되지 않은 것을 보면
감정적으로는 아직 반대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좀비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인간이라고 볼 수 있죠. 김의성 같기도하고, 공유 같기도 한 느낌으로요.
이 맥락에서 보면 아저씨가 말하는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해, 너도 지금까지 살아남은걸 보면 그렇잖아!"
(졸면서 봐서 정확히 기억안남;)
라는 대사가 마냥 뜬금없는 대사가 아닌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의 총을 맞고 죽어버립니다.
박신혜가 그랬죠. "나는 인간은 죽이지 않아, 저 놈들은 인간이 아냐."
좀비의 행동을 하는 인간도 역시 인간이 아니라는 일침입니다.
기본적으로 오락영화기에 영화의 전개는 아주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됩니다.
에이수스 게이밍기어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며, 대우 클라쎄 냉장고에서 하이트진로 석수를 꺼내서
농심 진라면과 짜파구리를 끓여먹는 하정우 급 먹방을 보고있으면
어느새 영화는 후반부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박신혜와 유아인이 만나 8층으로 올라가는 장면.
살아남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고 약육강식의 세계에 뛰어들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성도 지키면서요!)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옥상'에 올라가야 구출되는 부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올라올 힘도 없는 이들은 구출될 수 없는 사회라는거죠.
아무튼 이 때의 볼거리는 상당하니 잠을 깨게된다면 이 부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와의 혈전...
이 끝난 뒤 헬기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는 집보다 더 큰 차원에서의 사회적 안전망을 뜻합니다.
'집'이 로컬사회와 삶의 현장에서의 안전망을 뜻한다면, '헬기'는 국가단위의 안전망이죠.
8층쯤이나 올라오니 이제야 헬기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헬기는 사실 까막눈이나 다릅없기에, '옥상'까지 더 올라가야 구출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옥상에 도착한 주인공들은 '공군'에게 구출받습니다.
폭력을 독점한 국가의 최고화력인 군대에게 말이죠.
탈출은 생각보다 쉽고 기관총 앞에 좀비들은 속수무책입니다.
국가란 실로 굉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막상 감염인이 5만명 정도라는 소식,
많은 청년들이 SNS로 생존을 알린다는 소식,
이를 통해 구출작전이 진행중이라는 소식...
하지만 고작 5만명의 좀비를 가지고 주인공이 이렇게나 고생한다는 점엔
물음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수도권에만 좀비 5만명이 전부라고 하면 겨우 여의도 주민 정돈데
왜 수도와 전기 인터넷은 복구가 안되며,
군대로 싹 쓸어버리면 어느정도 거리는 청소가 될것같은데 말이죠.
그만큼 국가권력이 가진 힘에비해 나태한 태도를 취한다...
라는 감독의 일침이 담긴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SNS가 건물위로 떠오르는 엔딩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좀비 #좀비무서워 #존버 #좀비잡은썰푼다 #살아있다
밖에는 좀비가 가득, 구조대인 국가권력은 더할나위없이 느리고...
각자의 집에 갇혀서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있다 를 외치고있는 청년들에게
#살아남아야한다 는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 같았습니다.
마무리로...
이런 사회적 메시지와 휴머니즘을 담은 좀비영화가
한국형 좀비영화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행, 엑시트, 기생충, 그리고 약간의 버닝적 모먼트까지...
박신혜의 여전사적 면모까지 PC함도 두루갖춘 정말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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