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세븐데이즈를 보면서 '이건 뭐 미드도 아니고 한국영화도 아니여~' 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우왕ㅋ굳ㅋ이라며 호평을 했지만, 그로인해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던 탓이었을까? 내게는 정신없는 속도감과 박희순의 감초 연기 외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영화였다. 물론 이 글은 세븐데이즈를 까자고 쓰는 글은 아니다. 다만 세븐데이즈에서는 댕기머리에 양복을 입고 있는듯한 어정쩡함이 느껴졌다면 이 영화는 댕기머리에 한복을 정갈히 갖춰입고 양손엔 정과 망치가... 아니 양손엔 소학과 사서삼경등을 풀옵션으로 갖춘 청학동 소년같은 멋진 한국영화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다음씬의 내용이 엄청나게 궁금했고, 답답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내가 스크린속으로 뛰어들어 범인을 절단내고 싶었다. 이처럼 영화의 몰입감과 긴장감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살인의 추억 이후로 모처럼만에 대단한 스릴러 영화 한편이 나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야말로 이 영화는 '진땡'이다.
배우같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력 우왕ㅋ굳ㅋ
추격자는 주연은 물론 조연들도 관객들에게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연기력만큼은 탄탄한 라인업으로 관객들의 마음속을 공략하고 있다. 투톱 주연인 하정우나 김윤석 모두 연기파 배우라고는 할 수 있어도 우리나라 영화계의 주류 혹은 잘나가는 배우라고 보기는 힘든 배우들이고, 조연 배우들도 어디서 한번쯤 스쳐지나가면서 본 것 같지만 언뜻 기억은 나지 않는 그런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관객들 눈에 익지 않았지만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의 구성은 영화가 영화같지 않은, 배우들이 배우같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하여 영화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배가 시켜준다. 한마디로 캐스팅이 우왕ㅋ굳ㅋ이었다.
임산부와 노약자들은 주의하세요
간단히 말해서 추격자는 생각보다 상당히 잔인했다. 사실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추격자라는 이름만으로 쫓고 쫓기는 단순한 스릴러일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 내용은 그런 단순한 제목을 뛰어넘어 상당히 섬뜩하고 충격적이다. 물론 헐리웃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시각적 폭력에 가까운 잔인함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채 상영관 안에 발을 들여놨다가는 상당히 놀랄 수 있는 수준의 잔인함은 갖추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때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커플들은 깜짝 놀랐을지도?
2008년은 한국영화의 재부흥기가 되길 바라며...
표값조차 아까운 한국영화들이 넘쳐났던 2007년을 지나 2008년은 시작부터 다양한 장르에 좋은 한국영화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부디 추격자 같은 좋은 영화들이 두루두루 대박을 내어 2008년엔 다시 비상하는 한국영화계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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