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영화 정보가 공개 되었을 땐 실망한 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다름 아닌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한 연쇄 살인마에 대한 영화였던 것입니다. 전 곧바로 이 영화가 정말 뻔하게 만들어졌을 때 어떤 최악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인가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과물을 보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정말 '제대로'입니다. 10년 만에 최악의 한해를 맞이했던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하고 싶네요.
영화의 초반엔 어떤 한국 영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영화 공공의 적인데요. 비정한 살인마와 그를 뒤쫓는 열혈남아의 격돌이란 점에서부터 영화 전반에 유머 코드가 깔려 있는 점 등이 유사합니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금물이죠. 제가 강우석 감독은 싫어해도 공공의 적은 정말 좋아하는데요. 공공의 적이 뛰는 놈이라면 추격자 이놈은 나는 놈입니다. 이놈 정말 타협할 줄 몰라요. 그냥 지가 가고 싶은 데까지 일방통행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영화의 주인공 '엄중호'가 '강철중' 같은 형사들 몇놈을 그냥 조집니다. 말다했죠.
영화의 엔딩은 또 하나의 걸작 범죄 영화의 엔딩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저는 거의 오마주에 가깝지 않나 할 정도로 유사한 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유사하지는 않고요 이 영화 나름대로 내려앉을 곳에 정확히 안착합니다. 이쯤에서 괜히 신파조로 흐르는 보통 한국 영화들과는 비교가 안 되죠.
마지막으로 칭찬을 좀 하겠습니다. 우선 나홍진 감독. 이 사람 이번이 장편 데뷔작이더군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 이후 가장 문제적인 데뷔작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하정우. 영화 검은집에서 보인 어설픈 사이코패스와는 차원이 틀린 연기를 보여줘요. 정말 소름끼침. 마지막으로 김윤석. 윤석형님께는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이 영화의 윤석형님에게서 송강호+최민식+설경구를 봤다면 믿으시겠나요? 못 믿으시겠으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추격자
감독/각본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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