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퇴직한 전무이사님을 보았습니다.
그 위세 좋고, 당당하던 사람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부하직원들 쥐락펴락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를 따르는 직원들 모아 정치판처럼 회사일을 결정하고
인사를 주무르며, 자신의 이기심으로 권위를 세우면서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보다 까마득한 후배 사원인 저에게도
회의 때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을 말했다고, 부조리한 선배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저에게는 윗사람에게 불손한 행동을 한다면서,
저 친구는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낙인을 찍으려던 사람이었습니다.
전무라는 간판이 떨어져 나간 지금은 상가집에서 조차도 환영받지 못하며,
그 사람이 앉은 자리에는 아무도 않지 않은 체 외면 당하고 있더군요
저 또한 혼자온 터라 상주가 안내해 주는대로 마지못해
그 빈 앞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서로가 달갑지 않은 멎적은 만남앞에
그 사람이 어늘하게 던진말은 '잘 지내시죠?' 였습니다.
저 사람에게 처음으로 존댓말을 들어서 일까? 당혹감이 밀려왔고
내내 서로 시선을 피하며 허공에 상투적인 이야기를 던지다.
10분만에 서로 일어서서 나왔습니다.
상가에서 나와 아무런 마중없이 쓸쓸이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회사는 결국 직장놀이에 불과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연극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내가 배우란 것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퇴사한 뒤 회사에서 씌어준 감투 아래 했던 모든 일들이
이제는 부끄러움만으로 남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이 깊었던지...
오늘 회의에서 현재의 권위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사람들과 그에 맞춰 미소로 화답하는 임원들의 모습을 보며
불현듯 아무도 반기지 않는 자리에 쓸쓸히 앉아 있다 조용히 자리를 떠나던 그 사람의 모습이
생각나 씁슬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회사란 직장인이란 정말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이 마치 그저 그런 TV활극 속에 엑스트라 처럼 살아가는 삶 같아서
슬퍼지는 밤입니다.
씨이팔
807명이 읽었어요. 18.191.74.2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