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초딩때 이혼해서 엄마랑 누나랑 아둥바둥 살았습니다.
빚은 져선 안된다는 어머니 말에
월세를 전전하며, 입에 풀칠이나 하며 서른을 넘겼습니다.
이제 좋은 직장에서, 안정되진 않았지만 희망도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미래도 꿈꿔보려고 하는데
imf 니, 장기 침체니.
흉흉한 말들이 차고 넘칩니다.
오늘 피난문자를 보면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제 영영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침대에 걸터앉아 저 생각을 다시 곱씹었습니다.
다 그만두고 싶은가보다. 저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요.
부모님이 집도 있고, 노후 준비도 되어 제 한 몸 건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속이 끓어오릅니다.
아직도 사업한다고 보증을 서달라면 찾아와, 연을 끊은 아버지가 어느 날, 불쑥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놨으면 좋겠다는 몹쓸 생각을 합니다.
익명이라 이런 이기적이고 나약한 소릴 지껄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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