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날 11시 즈음
집에 오는길에
울산 전하시장과 호텔 현대 사이 정류장 뒷편 골목입구에 이르러
조그마한 만두 가게를 홀로 찾았다
필자는 만두를 무척 좋아한다
어려서 부모님과 함께 다니던 만두집이 있어
아래 지면을 빌어 소개 하려고 한다
이름하여 "만두전문점 '珍味'"
어릴 때 부모님과 손잡고 와서 자주 찾던 곳이다
굳이 집에 가는길을 돌아돌아
이 집을 찾게되는 특색을 꼽자면
4평 남짓한 공간에 중국인 어머니와 아들이 가게를 이어 가며
매일 직접 빚은 만두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과 더불어
중국풍의 음식을 제공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중화요리집에서 느낄 수 있는 중화 특유의 화려함과 번잡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백하게 빚어낸 만두들과 주인 아저씨와 할머니의 푸근한 미소는
중국 어느 시골집의 풍경 그것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혹은
우리네의 60, 70년대 시골의 모습의 느낌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이곳에는
찐만두, 군만두, 만두국, 새우만두면, 오향장육의 다섯가지 메뉴가 있지만
처음 이곳을 찾은 분들께는 먼저 찐만두를 추천한다
찐만두 1인분을 먹어보면 여러분도
내가 왜 지난 십여년간 이곳을 잊지 못하고 이따금 찾아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 할아버지 때부터 묵묵히 이어져오고 있는
만두피의 부드러움과 속살은 여전히 입안을 사정없이 녹인다
여타의 특이한 재료가 아닌 보통 재료만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만두 하나 하나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있다.
하나 하나의 만두를 우물거려보면 주인 아저씨의 푸근한 얼굴과 함께
정직함과 우직함 그리고 지금까지 이 조그만 가게를 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자부심이 느껴진다,치과에서 신경치료 중이라 앞니로밖에
씹을 수 없는 필자의 현재의 처지도 잊을만큼 하나 하나의 만두가
아쉬울 정도다.
잠시 이야기를 조금 돌려보면
고작 23년을 살았을 뿐이지만
살면서 요즘같이 우리의 식생활이 풍성했던 적은 없는듯 하다
갖가지 이름의 대형 식품매장들이 전국에서 공수한 갖가지 먹거리 들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기존의 재래시장을 위협 혹은 대처하고 있으며
번화가에 즐비한 패밀리 레스토랑과 퓨전 음식들의 화려한 향미는
우리의 미각을 쉴새없이 유혹한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이러한 화려함 뒤에
웬지 알수없는 아쉬움을 느끼고는 한다
할인매장의 상업성 짙은 미소와 친절 보다는 재래시장의 할머니들의 호탕한
목소리가 그리우며, 겉으로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재료들로 우리를 현혹하는
전국 각지에 범람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메뉴들은 그 화려함 뒤에 기실은
젊은 직원들이나 알바생들이 정작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시간에 쫒기며
같은 내용을 하나같이 따라 할 뿐이다
물론 최고의 레시피들에 이견을 들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음식들을 대할 때는 '맛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필자가 즐겨찾는 '珍味'에서는
'보배와 같은 맛 - 진미' 이름 그대로의 맛을 제공한다
진미라는 이름 그대로 몇 십년을 이어온 이 가게에서는
별 다를바 없는 하지만 정직하고 우직함을 이어나간다
요리라고 하는 미적추구에 장인이라는 존재를 의심한다면
나는 주저않고 '珍味'를 추천한다
그 곳에 들어서면 내가 있던 세상은 다른 곳으로 바뀐다
한켠에 켜있는 tv에서는
호남에 내린 폭설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사 결과로
떠들석한데 주인 아저씨는 개의치 않고
우직하게 만두피를 빚는다
주인 할아버지 대 부터 언제나 그랬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듯이
오래전부터 숱한 세태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
하였을 것이다
이런 주인장의 우직함으로 '보배와 같은 맛 - 진미'는 영속성을
부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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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만두 몇판의 인연으로
1시간에 이르는 수작업을 완성했네요
찍은 사진은 폰카라 양해해 주시구요
쪼랩이 끄적인거니까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그냥 읽어주시면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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