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방이라면 근방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에 매주 다니면서 지나가는 길에 자주 보곤 했는데
매번 식사 시간과는 동떨어진 시간대라 한 번 가 보긴 해 봐야지 하다가
어제 9시까지 저녁을 못 먹은 기념으로.. 들러보기로 함.
어제 가 보니까 무슨 로보트 간지로 제분기와 제면기를 설치해놨는데 이건 좀 오버센스 같음..
(이거 때문에 가게가 안 보임)
자리에 앉자 메뉴판과 차가운 면수를 주는데,
일단 메밀면을 하는 집에서 면수를 받으면 별 거 아닌데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거 같음.
메뉴를 보니 생각보다 가격은 좀 나가지만 입지도 입지인데다 사실 그 정도 메밀함량이라면 이해가 가는 가격..
(일반적인 자루소바가 순면(메밀 100%)일 경우 1만원, 80% 메밀면인 경우 7천원이었던 걸로 기억함)
왠지 자루소바를 시키는 건 너무 모험인 것 같아서...
좀 실패가 덜할 거라 생각되는 국물이 있는 냉소바인 북해도소바(순면 1만원)라는 것과
사이드메뉴로 미니튀김(5천원)을 주문함.
일단 면은.. 사실 지금 한창 메밀이 맛이 약할 시기라 크게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뺑끼치지 않고 제대로 된 면을 만들 수 있는 공력이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음.
면은 딱 좋아하는 정도로 삶아져서 좋았고, 같이 얹은 새순의 식감도 재미있음.
국물은 우리나라 식의 달착지큰한 타입이 아니라 일본식의 짭짤한 타입인데
적당히 가쓰오부시의 향이 나는 무난한 수준.
의외로 놀란 게 미니튀김이었는데 5천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데도 생각보단 괜찮은 구성임.
고구마튀김 하나 + 단호박튀김 둘 + 새우 튀김 (물론 크진 않음) 셋 + 꽈리고추튀김 하나 +
그리고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튀김 하나..의 구성.
튀김은 기름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딱히 흠잡을 곳 없이 잘 튀겼음.
튀김 전문점이 아니라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기름이 깨끗하단 느낌.
새우튀김 하나에 2천원 (그렇다고 뭐 대하를 튀겨주는 것도 아니고) 받는 집도 있는데
꽤 양질의 튀김을 괜찮은 구성에 5천원에 제공한다는 건 진짜 으..
나 같이 혼자 먹으러 다니는 사람에겐 무한한 축복임.
식감을 고려해서 표고버섯 튀김 같은 거 하나 정도만 더 올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도 충분히 만족함.
지나다니면서 그냥 본 가게다 보니 딱히 기대치를 별로 가지지 않고 갔는데
의외로 괜찮은 퀄리티가 나와서 너무 만족한 하루였음...
근데 오늘 구글에서 가게 상호로 검색 때리니까 윤서인 블로그가 맨 위에 나와서 왠지 기분 잡침.
날이 차가워지면 온면 먹으러 드나들게 될 듯. 스바루도 그렇듯이 이 집도 온면이 훨씬 더 매력적일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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