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스무살이 되어 엄마가 타던 차를 받다.
94년식 엑센트 CS (분홍색) 이었는데 사실 구매당시에 내 용돈 및 세배돈을 엄마한테 맡겨놨었는데 엄마가 그거 보태서 차 사버림. 그래서 실질적으로 내 지분이 있던 차라서 탔는데 스무살 청춘이었다고는 해도 너무 분홍색이라서 친구들이 자꾸 놀리긴 했지만 시대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주변에 차 모는 애들이 많지 않아서 나름 기분 좋게 잘 탔음. 단점으로는 뒷 창문을 돌려서 여닫아야 하며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지만 문 잠그는거 운전석을 잠그면 다 잠기는 그게 안되서 뒤에 누가 타다 내리면 팔 뻗어서 내가 문잠궈야 했다. (내릴때 잠그고 내리란 말을 하기에 좀 창피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차가 아무런 옵션도 없이 가볍고 나름 잘 나갔던것 같음.
2004년,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차를 사다.
울산에 살았던 까닭에 여러모로 현대차를 사는게 마땅했지만 길거리에 너무나도 많은 현대차가 꼴도 보기 싫어서 (흉기차 이런 이유 아니고(당시에는 그런거 없었음)) GM대우에서 라세티를 샀다. 예나 지금이나 걔네들은 차가 더럽게 안팔렸기 때문에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했는데 아싸 하면서 30% 인가 주고 나머지를 36개월 무이자로 착실히 내던 1년 후, 라세티 1.6 이 나왔다. 그리고 2개월 후 아버지가 장애 판정을 받으시면서 내 차가 꼴도 보기 싫어진 까닭으로 무차별적인 차량 개조를 시도하다 급기야 LPG 개조 차량으로 만들어 버림 (아버지 명의로) 이게 다들 기억이 날런지 모르겠지만 시동은 가솔린으로 걸고 열이 좀 오르면 삐- 삐- 삐- 하는 소리가 나왔을때 악셀을 밟아주면 특! 하는 소리와 함께 LPG로 전환이 되는 시스템이었음.
근데 이게 미친 연비를 뿜어내는데 만땅으로 넣으면 서울-울산 왕복..까지는 아니고 거의 경주즈음에서 불이 들어오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주었다. (시동 꺼지고 그런것도 한번도 없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근사했다 싶다, 뒤에 쓰겠지만 차를 바꾸면서 당시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차를 줬는데 결혼할줄 알았는데 헤어지고 나는 차도 잃고 사랑도 잃고........
2006년, 갑자기..
2005년에 울산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서울에는 지하철이 있으니까 ^^ 하는 생각으로 차를 어머니께 드리고 1년만에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니 라세티는 엄마의 재산이 되어 있었고 차가 필요해진 나는 어릴적에 왠지 근사해보였던 현대 산타모 (LPG) 를 찾아 중고시장을 헤메었다. 중고맨들이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걸 왜 사냐고 했지만 굳이 나는 그걸 400만원을 주고 사서 결국 미션이 나가서 미션을 교체하고 고속도로에서 고라니를 쳐박아서 보닛이 다 나가고 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나는 왠지 이 곰탱이 같은 새끼가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장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곧 100만원에 팔아버리고 다시 라세티를 얻어냈다.
2009년, 검은차.
분홍색, 은색, 흰색.. 차를 타다가 어느날 그 관리하기 힘들다는 검은차를 타고 싶었고 나의 선택은 삼성 NEW SM5 (LPG) 였다. 처음 타는 중형차였고 (산타모 얘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별로 와- 할만한 좋은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간지가 있다고 생각하던 내 서른살 생일날.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나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이지만) 음주 운전으로 인해 면허 취소가 되어 나의 SM5는 1년간 운행을 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타고 있지만 과거 라세티의 반의 반도 안될것 같은 연비 수준 (동네 슈퍼를 가던 시외를 가던 시동 거는 순간 기름 메타 한칸 꺽고 시작) 과 고속에서 밟아도 밟아도 더 안밟히는 정숙함, 그리고 차에 앉은 페인트 가루 (조선소 다닙니다) 등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내 SM5 를 사랑하고 타고 있다 (사실 한개도 사랑안함)
다음 차는 무엇을 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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