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표준국어대사전 비판적으로 살펴보기' 구요.
네이버 카페에 올리는 글인데 다른 학생들이 어원, 품사, 용례, 방언 등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논하고 있길래 약간 방향을 틀어서
표준어의 문제점에 대해 폭넓게 조망하여 글을 써봤습니다.
이 곳이 문학을 사랑하는 알지롱인들의 보금자리이지만
어학 쪽을 가끔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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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
- 의 문제점 -
인터넷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 사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필자도 ‘국민학생’ 시절, 모든 학생들의 필수품이었던 백과사전과 국어대사전을 구입했었고 숙제를 할 때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가나다 순서에 따라 찾아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은 책장 제일 아래쪽 구석을 넓게 차지하고 있을 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동생마저도 들춰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모니터가 쉴 새 없이 갖은 정보를 쏟아내며 우리들의 시각을 자극한다. 이런 풍경은 현재 종이사전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1999년 48만단어의 표준국어대사전 초판을 발행한 국립국어원은 2008년 개정판을 내려 했지만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없어 일부 오류만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꾸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언어적 손실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1989년 노벨 문학상을 탄 카밀로 호세셀라는 ‘앞으로 세계의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를 제외하고 사라지거나 지역 방언으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제시된 4개 국어만이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언어에 기울이는 노력이 대단한 이들에게 주목해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가까운 영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옥스퍼드 영어사전 인터넷 판은 연간 4차례의 개정판을 내고 있다. 2001년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용되는 축약 문구뿐만이 아니라 감정 부호까지 사전에 등재되었으며, 2004년 12월 개정 당시에는 힙합 가수들이 즐겨 쓰는 비속어 2000여개가 오르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1950년대 처음 사전을 낸 로베르출판사는 주요 단어의 경우 수십 쪽을 할애해 뜻과 용례를 서술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은 사전을 매년 개정하기로 유명하다.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아니 끼쳐야만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정책적 방향을 보면 당대 국민들의 정서를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기준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① 짜장면 (X) 자장면 (O)
② 얼레리꼴레리 (X) 알나리깔나리 (O)
③ 개발새발, 개발쇠발 (X) 괴발개발 (O)
①의 자장면의 경우 외래어 표기법의 '표5 중국어의 주음 부호(注音符號)와 한글 대조표'에 의해 '자장면'으로 표기하는 게 맞다. ②의 알나리깔나리의 경우에는 발생 배경에 비추어 표준어로 지정된 경우이고 ③에서 괴발은 ‘고양이의 발’, 개발은 ‘개의 발’을 각각 뜻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짜장면의 경우에는 [명사]‘자장면’의 잘못. 이라고 사전에 따로 등재되어 있지만 얼레리꼴레리나 개발새발 및 개발쇠발은 사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정 개별 항목으로 올리기 힘들다면 표준어 설명 아래 ‘잘못 쓰인 표현’으로 올리는 것이 혼동을 막는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새발은 ‘새의 발’, 쇠발은 ‘소의 발’을 뜻하는 것이라 올리기에도 쉬울 텐데 말이다.
이처럼 얼레리꼴레리와 개발새발은 어느 나라의 국적도 취득하지 못한 채 우리들의 입 속에서 맴돌고 있다. 그야 말로 ‘구전’되어 가까스로 그 명맥을 이어간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다수가 ‘개의 발과 새의 발 혹은 소의 발’이라는 의미로 알맞은 상황에 이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표준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국민들이 바른 언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국어와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애써 [자장면]이라 발음하려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보면, “짜장면 하나 짬뽕 하나!”를 줄기차게 외치는 우리나라 중국집 애호가들이 코웃음이라도 칠까 무섭다. 이 외에도 국민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표준어는 사전 곳곳에 숨어있다.
한국어, 한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부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짓지만, 표준어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치며 인상을 찌푸린다. 또한 우리나라 표준어를 두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하는데, 현재 교양 충만한 서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품사 문제, 어원 문제 등은 국민들의 관심을 표준어로 되돌린 뒤에 생각할 일이며, 이러한 작업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의 혼동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지금이라도 현학적인 자세를 버리고 국민과 좀 더 깊이 호흡해야 한다. 개정작업이 자꾸만 늦어지는 것도 학자마다 다른 주장을 고집하는 통에 괜한 인력이 낭비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말이 사전에 있을 리 있겠어?’ 라는 말 보다 ‘이런 말까지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니!’ 라는 말이 서로에게 기분 좋지 않겠는가. 중국집 사장님들도 이젠 우리나라 사람이고 싶다.
* 참고기사
, 국민일보, 강주화 기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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