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의 에이스 도노반 미첼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클러치에 못 미더운 선수가 되어 있다. 돌파/미드레인지/3점이 모두 뛰어나면서 패스 능력까지 좋은, 올 시즌 올스타에 뽑히고 올NBA팀에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선수는, 유독 클러치 상황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었다. 감독 퀸 스나이더가 클러치 상황에선 오로지 그에게만 공격을 시키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냉정하지 못한 공격 시도들은 팀을 여러 번 나락에 밀어넣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선 4쿼터 막판에 클러치가 발생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클러치는 '3쿼터'에 발생했다. 그리고 이 이른 클러치에서 미첼은 역대급 활약을 보였다.
시카고 불스의 올스타급 선수는 더마 드로잔, 잭 라빈, 니콜라 뷰세비치 3명이고, 특히 득점력은 드로잔과 라빈의 쌍두마차가 책임지고 있다. 두 팀은 2쿼터까지 박빙의 경기를 펼치다, 3쿼터부터 라빈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돌파와 3점슛이 연속으로 성공했다. 라빈은 이 경기에서 33점을 기록했는데, 결정적인 득점들이 이 쿼터에서 나왔다. 라빈이 벤치로 들어가면서 드로잔이 기어를 올렸는데, 완벽에 가까운 컨테스트로도 그의 미드레인지를 막을 수 없었다. 불스는 3쿼터에만 32점을 넣었다. 이 쌍포에 유타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많은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유타는 35점을 넣어 점수차를 더 벌렸기 때문이다. 미첼은 이 쿼터에서 25점을 넣었다.
드로잔의 미드레인지는 현재 NBA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브루클린의 케빈 듀란트 뿐일 것이다. 실제로 유타도 3쿼터에 드로잔의 미드레인지를 거의 전부 허용했다. 대개 특정 선수가 이렇게 연속으로 득점을 성공하면 승부가 기울기 마련인데, 미첼은 드로잔이 득점할 때마다 3점슛으로 응수했고, 거의 전부 들어갔다. 아마 내가 시카고 팬이었다면 울면서 한 마디 했을 것이다. "우리한테 왜 이러는데!!"
4쿼터가 되니 시카고의 수비는 죄다 미첼만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미첼은 양 코너에 마음대로 패스를 뿌렸고, 득점 대신 어시스트를 올렸다. 이 어시스트들은 또다른 3점을 만들어냈고, 미첼이 슛을 아낀 4쿼터에 유타는 36점을 넣고 점수차는 더 벌어졌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같이 올리는데, 다른 구간은 몰라도 3쿼터는 꼭 보길 권한다. 들어가는 장면만 나오는 하이라이트인데, 3쿼터의 미첼은 그냥 그 자체가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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