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작품 답게 가이낙스 스타일의 사도 등장식 표현(움직임/배경음악) 작렬)
불타는 전함의 잔해 속에서 하늘을 본 부상병이 중얼거립니다. "용의 힘이야..."
포스터가 무서워 보여서 그간 보지 않고 있었던 용의 치과의사라는 애니를 봤습니다.
45분 짜리 2편 중 전편을 먼저 봤는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일단 용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떠다니는데, 하계에 포격 비슷한 공격을 쏟아붇는 물리적인 측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의 치아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흡수되었다가 다시 환생한다는 영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존재입니다.
그래서인지 용의 치아 사이에는 치석 같은 느낌으로 사람들의 유품이 굴러다니기도 하네요. 다만 제가 명확하게 이해한건지는 불명...
그런 용의 치아를 관리하고 갖가지 잡균(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용의 치과의사라는 헌터 집단이 있는데, 후보자들이 죽어나가는 매우 엄격한 시험을 통해 선별됩니다.
그 시험 내용은 아마도 미래에 자신이 죽는 장면을 미리 보고 나서도 그 운명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게 버텨내는 것.
그리고 용의 등 쪽에는 일종의 함교 같은 설비도 있어서 딱 봐도 구 일본군들처럼 생긴 군인들도 상주하고 있고요.
이러니 이런 설정을 풀어나가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에요. 용이라는 존재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거기에 아국과 적국간의 대치로 인한 긴장이 있고, 치과의사들과 군인들간의 알력 다툼이 있으며, 치과의사들 스스로의 내면적인 갈등도 있죠.
그렇지 않아도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인데 거기에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는지 알고 있다니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겠어요. (거기에 동료들도 죄다 그런 사람들 뿐..)
한편으로는 일본 특유의 뭔가 노동에 대한 찬미 같은 느낌, 그리고 밝은 노래와 함께 등장하기 마련인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상 풍경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메인 스토리인 용의 치아에서 어째서인지 불쑥 튀어나와 환생한 적국 소년병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45분에!
과연 소년병 벨은 과거를 버리고 투항하여 치과의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자신의 부대를 불러들여 용을 파멸시키고 비극을 초래할 지도!
한편 마지막 장면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군인 내지 용병들의 정체는? (이쯤에서 후편 감상 포기)
사람들 평은 갈리는 모양인데, 가이낙스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정신적인, 사상적인? 아마추어리즘과 키치한 느낌이 좋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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