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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꼽는 06년 (TV 애니메이션) 최고의 개념작. 소재를 기제(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로 써먹는 방법,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집요할 정도로 감정선을 추적하는 모습은 제가 봤던 작품 중 가장 뛰어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딱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매력포인트가 없는 드라마 뿐인 작품이지만, 그런 가운데서 재미를 준다는 점이 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구요.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나오고,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두 사람(혹은 그 이상)의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며 돌아가는 그저 그런 연애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두 여성 캐릭터, '이오카와 카라다'와 '노가미 쇼코'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종의 성장물에 가깝습니다. 두 캐릭터가 '진정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만드는데(캐릭터 자신이던,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이던)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모습.
주연급 남성 캐릭터인 '이오카와 히로'는 타 작품에서였다면 주인공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겠지만 이 작품에선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를 설정해주는 하나의 소재로 이용될 뿐이죠. 이렇듯 철저하게 특정 캐릭터를 위해 타 캐릭터들을 '단지 써먹기 좋은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그런 신선한 시도를 지켜보는 재미를 1쿨이라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이 작품에서 주연 둘을 제외하고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인 '시오자키 코토미' 뿐입니다. 유일하게 존재감있는 캐릭터죠)
이 작품은 (의도적인) 숏컷의 배제와 롱테이크의 남발로, 이런 스타일의 작품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을만한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듯 지루해보이는 정지에 가까운 화면 속에서 치열하고 격렬하게 흘러가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추적해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다면, 혹은 그 상황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마도 작품이 끝났을 때의 아쉬움과 함께 진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아직 본작을 접하지 못한 분이라면 반드시 일견해보시길.
[ 모레의 방향 ED - Sweet home s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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