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화같은 문제는 그냥 그렇다치고 넘어가더라도(그거야 개인적인 취향 문제고 사실 교토가 너무 괴물같은거지 토에이가 병신같은건 아니었음. 비교가 되어서 문제..)
끝까지 다 보고서 드는 생각은 이거 하나 뿐:
이게 에어냐?
원작을 각색하는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놨음. 캐릭터의 생김새와 이름 외에는 설정이라던가 전개, 사건, 캐릭터의 성격 모두가 다 원작과 달라요. 원작이 유머가 있는 감동물이라면 이건 완전히 신파극. 중간중간 개그랍시고 몇 장면 집어넣었는데 웃기지도 않을 뿐더러 극 전체의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못하고..
이럴 바에는 뭣하려고 '에어'라는 제목을 사용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오리지널 설정과 캐릭터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평을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생각해본다면 이건 그냥 최악일 뿐이에요. 사실 교토판 에어도 (이후 섬머편이 추가되긴 했습니다만) 분량의 문제때문에 원작을 접한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이해가 힘들만한 전개도 있었지만, 이후 섬머편의 추가로 제대로 된 A/S가 되었고(...) 적어도 원작 팬을 납득시키고 만족시킬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줬거든요.
게다가 극장판 에어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점 외엔 원작과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제대로 이해하면서 보려면 원작에 대한 지식이 필수라는 점이 웃깁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요.
예를 들어, 극장판에서도 칸나 비노미코토와 미스즈-유키토 사이의 관계가 은연중에 묘사되지만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게 짜여져있습니다. 극장판에서 '힘'을 가진 것이 우라하가 아닌 류우야로 설정되어있는데, 극중에서 그와 관계를 가진 칸나가 자손을 생산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관계로 '힘'이 후손에 이어질 수가 없죠. 즉 유키토와 칸나(미스즈) 사이의 관계는 희박하고, 굳이 그에게 '힘'이 있을 필요도 없다는 점. 게다가 칸나의 이야기가 일종의 전설로 등장하면서 원작처럼 미스즈가 칸나의 환생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그냥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처리되어버리죠. 즉, 한 작품 속 두개의 이야기가 접점이 없이 따로 묘사되어버립니다. 원작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 당황이 덜 하겠지만 처음 에어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끄응.
차라리 무리하게 작품 전체를 원작을 파괴하면서까지 극장판이라는 적은 분량 속에 우겨넣을 생각을 하지 말고 교토의 섬머 스페셜(여름 특별편) 처럼 일부 분량만 떼어서 집중적으로 묘사하던가, 다부작으로 만들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래저래 극장판 에어는 에어라는 제목이 무색하고 민망한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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