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에서 인간은 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잃고 쇠퇴해가고 있거든요.
문명은 현대와 중세가 적당히 뒤섞인 상태로 후퇴했고
더이상의 기술 발전이나 혁신, 욕망, 전쟁 없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식량 배급 상황도 아슬아슬하고, 교육 기관이 세계에서 딱 하나 남아있다가 그것마저 폐쇄되거나,
만화책을 발굴해내고 오버테크놀러지라고 놀라는 수준.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구인류 인간을 대신해 신인류로 등장한게 요정.
마법같은 기술력과 아이같은 천진함을 가진 존재(하루만에 대도시를 만들어내고 그걸 우왕~하면서 다시 몇분만에 붕괴시켜버리는 식)
과자나 사탕 같은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는데 그것만은 직접 만들지 못해서 인간들이 만들어줍니다.
태어나서 번식하고 죽는 생명체, 유기체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마구 증식하고 우울하거나 지루하면 개체 수가 줄어드는, 대충 판타지 세계관의 페어리 비슷한 존재라고 보면 될듯.
그리고 주인공은 인간과 요정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UN 소속의 조정관.
이 작품은 이런 독특한 설정이 참 매력적입니다.
실제로도 인류가 무한히 발전해나가지만은 않을테고 언젠가는 종으로서의 황혼기를 반드시 맞이할테니, 이런저런 생각해볼 꺼리를 많이 던져준다는 점도 좋고요.
그리고 그런 세계관을 파스텔톤의 밝은 그림체로 그려냈다는 것도 좋습니다. 암울한 세계관 - 밝은 그림체라는 언밸런스한 조합은 요새는 딱히 새로운건 아니지만 그냥 그림체가 마음에 드네요. 특히 요정들 너무 긔엽긔
다만 (이런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작품에 애정을 붙이기 전인)초중반에는 밑도 끝도 없이 기괴한 에피소드들을 마구 보여주고(머리 잘리고 손질된 닭들이 식품 공장을 운영하는 에피소드라던가 2화 내내 시간반복 계속하는 에피소드는 진짜 미친거 같았음),
주인공의 학창시절이나 조정관으로 막 부임해서 요정들과 조우하고 이해해가는 내용, 그리고 재밌거나 찡한 에피소드들은 후반에서야 보여주는데..
그냥 이러지말고 제대로 시간순으로 보여줬다면 훨씬 인기 많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10화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잘 만든 도시 건축/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플레이를 간접 체험하는 느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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