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시즌 11번째 홈런을 뽑아낸 켄 그리피 주니어
플로리다 말린스의 잭 맥키온 감독은 오늘 정말 큰 실수를 했다. 팀이 6회초 미구엘 카브레라의 적시타로서 1:1 동점을 만든 뒤 곧바로 맞은 6회말 공격. 이 때 1사 2루 상황에서 내셔널리그 타율 랭킹 1위 션 케이시가 들어서자 차라리 다음 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에서 고의 사구를 지시한 것. 그러나 이 선택이 최근 불 같은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그리피에게 기름을 끼얹는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일까. 타석에 들어선 그리피는 자신을 우습게 보는 맥키온 앞에서, 플로리다의 에이스 투수 조쉬 베켓을 상대로 초구를 강력하게 통타해 우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결승 3점 홈런을 작렬 시켰다. 3루 베이스를 도는 그의 성난 눈은 맥키온 감독이 앉아 있는 덕 아웃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 멋진 장면은 신시내티 선수들마저도 흥분 시켰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플레이어인 노장 배리 라킨은 “그리피는 자신에 대한 비판과 논쟁, 그리고 도전에 대해 멋지게 대답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의 앞에 있는 타자를 고의 사구로 내보낸 것은 명백히 그리피에 대한 도전에 해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더불어서 케이시 또한 “그리피는 바로 저런 선수다. 일단 화가 나면 방망이에 불을 붙인다”라며 동료에 대한 감탄을 표시했다. 한편 최근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1위는 물론,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 자리까지 차지해낸 신시내티는, 오늘 플로리다에 다시 승리를 거두면서 7연승 행진(최근 11경기 10승)을 이어가게 되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선발 투수 폴 윌슨은 오늘도 7이닝 1실점의 쾌투를 선보이며 개막 후 7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연승 수치는 본인 커리어 최다에 해당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그의 성적은 7승 무패 방어율 3.34로 대단히 뛰어나다.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1회말 신시내티의 라킨이 시즌 2호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이후 플로리다 선발 베켓이 쾌투를 이어가고, 6회초에는 플로리다가 카브레라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면서 1:1 균형을 맞춘 것. 그러나 6회말 그리피의 시즌 11호 3점 홈런으로 3점차 리드를 잡은 신시내티는, 이어진 7회말 라킨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플로리다는 8회초 카브레라가 다시 적시 2루타를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피는 오늘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는데, 오늘 홈런은 본인 통산 492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 랭킹에서 프레드 맥그리프를 제치고 단독 21위에 오르게 된 모습. 현재 그는 11개의 홈런과 37개의 타점을 기록 중인데, 시즌 막판까지 이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산술적으로 41개의 홈런과 136타점이 가능하다. 노장 라킨도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분전했고, 9회 등판한 토드 존스는 데니 그레이브스를 대신해 시즌 첫 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그레이브스는 지난 6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한 탓에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플로리다 타선에서는 마이크 로웰과 카브레라가 각각 3개씩의 안타를 뽑아내며 분전했지만, 그리피를 앞세운 신시내티 타선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말았다. 최희섭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241로 조금 끌어 올렸다.
........ 1 2 3 4 5 6 7 8 9 R H E
플로리다 0 0 0 0 0 1 0 1 0 2 9 0
신시내티 1 0 0 0 0 3 1 0 X 5 7 0
<승>폴 윌슨 (7승 0패 방어율 3.34)
<세>토드 존스 (1세 방어율 4.62)
<패>조쉬 베켓 (4승 4패 방어율 3.95)
손지우 (srvaug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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