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말년이였던 나는 승강장 초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매표소 앞에 난리났다는 무전이 들어와 졸린 눈을 비비며 가보니
이런 씨팔 12~13세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옷을 홀딱 벗고
바닥에 앉아있는 것이였다
허미 씨벌 저게 뭐여 하고 가까이 갔는데 아뿔싸
짧은 스포츠머리라 남자애인줄 알았는데 씨펄 여자애였던 것이다
계절도 한겨울이였고 사람들 보는 눈도 있으니 일단 역무실로 가자고
팔목을 잡았는데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다
사람들은 죄다 폰 꺼내서 찍기 바쁘고 씨발.. 결국 여직원이 나와서 데리고 들어갔다
근데 자세히 보니 팔찌를 하고 있었는데
애가 장애가 있으니 혹시 혼자 있는걸 발견하면 어디어디로 연락 달라는 미아팔찌였다
전화 하니까 애엄마가 울면서 바로 찾으러 왔다
충격적인건 애가 연수동에서 동인천역까지 걸어왔다는 것이였다(한 10km 될듯)
아무튼 감격의 모녀상봉을 마친 후 그렇게 가나 싶었는데
엄마가 다시 돌아오더니 양손에 가득 들린 과자봉지를 건내주고 갔다
이것이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례 받아본 유일한 경험이다
써놓고 보니까 조뚜 재미없네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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