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메 몸을 엿듣는, 네 몸에 깃들어 사는 생명체가 아니었나 싶구나. 그 광경이 나에겐 하나의 산도 같았따는 생각마저 불쑥 드는구나. 나는 아직 내 산도를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어떤 비의와 더불어 지금 이 긴박한 순간에도 나는 산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이란다. 양수 안에서만 지내다가 마지막 관문인 좁고 딱딱한 산도를 통과해야 할 테니까 너도 겁을 먹은 듯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게 당연하겠지. 엄마처럼 너 역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출구라는 걸 안다. 그러나 엄마의 숨과 네 숨이 합쳐진다면 네가 그 좁은 곳을 빠져나올 때 큰 힘이 될거라고 믿는다. 엄마도 너도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숨쉬기 이외에 아무것도 없지 않겠니. 그건 엄마에게나 너에게나 이제 안의 숨을 버리고 밖의 숨을 들이마시는 첫 호흡일 테니까. 동물들이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핥듯이, 엄마도 네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게 되겠지. 무사히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엄마의 품에 안길 때까지 네 눈은 엄마의 눈을 따라 움직이기를. 지켜보렴. 나는 그 곁에 머물 것이다.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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