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헐리웃 영화 예고편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가져본다. '영화 예고편 편집한 사람도 따로 말해주면 안되나?'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놀라운 예고편 편집 기술은 이제 영화의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넘어선 어떤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엄청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예고편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블록버스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구가 멈추는 날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예고편이 그리 재미있지 않다. 하지만 본 영화는 그보다 더 재미가 없다. 영화의 초반 30여분의 분위기, 단 그 부분만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스펙터클한 영상? 예고편이 전부이니 극장에서 다른 뛰어난 영화를 보러 간 뒤, 시작 전에 나오는 지구가 멈추는 날의 예고편을 감상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의미심장한 메시지? BBC, 네셔널 지오그래픽등에서 만드는 지구가 '망해가는'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는 것이 훨씬 직접적이고 위기감이 와 닿는다. 키아누 리브스의 간지? 지금 당장 DVD 대여점을 찾아가 스피드, 매트릭스, 콘스탄틴중 하나를 골라잡아 감상하길 권하는 바이다.
이 영화는 헐리웃의 영화제작자들에게는 예고편 못지 않은 재미있는 본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관객들에겐 예고편과 네임벨류에 속지 않고 적절한 영화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색다른 교훈을 남기는 영화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잡담 | 1637명이 읽었어요. 3.148.102.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