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특수기동대(특기대) 소속이었던 kicker입니다.(진짜!)
방금 인랑보고 와서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으로 소주 좀 까면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알지롱 만게나 영화게시판에 저와 비슷한 성향의 유저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있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영화감상에 매우 행복한 해가 됐었어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각기동대 - 블레이드 러너 - 인랑 - 총몽이 개봉 순서 때문이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각기동대가 제 뒤통수에 샷건을 쏴버렸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폭힐을 해줘서 겨우 살아 남았는데, 인랑이 무방비상태인 저에게 돌격소총을 들고 달려오네요.
취기가 오르기 전에 시작해보죠.
1. 원작과의 연관성.
초-중반, 그리고 후반- 극의 최후반부(엔딩 직전) 까지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갑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와 중반까지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영화가 정말 잘빠졌습니다.
국내 정서에 맞추어 로컬라이징한 설정도 납득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프로텍트 기어의 표현도 좋았습니다.
동원이형의 쎅끈한 스키니 바디 라인과 숨길 수 없는 존잘의 후광을 보며 원작의 '후세'를 떠올리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초-중반부 까지는 무난합니다.
소소한 사건의 공간이 다르게 배치되어 있지만 원작의 사건 그 자체는 충실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2. 김지운.
저는 '김지운 감독'이라는 네앰밸류를 인정하는 편입니다.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까지.
그리고 이번에 거하게 조졌네요. 좆조졌어요.
3. 강동원.
동원이 형의 연기 커리어는 최근까지 굉장히 좋았다고 봅니다.
특히 1987에서 감독의 뽀샤시에 힘입어 명배우라는 타이틀로 향하는 로열로드를 밟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공각기동대 리뷰에서 스칼렛 요한슨을 평할 때도 이런 표현을 썼던 것 같은데,
인랑에서의 연기가 감독의 지시 였으면, 욕할 건 없고. 원작을 보며 스스로 해석한 연기 였으면 망한거에요.
4. 강동원2.
원작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가장 좆같은게, 강동원의 비중입니다. 그리고 이게 실사화 '인랑'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요.(후술합니다.)
인랑의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동원이 형이 연기한 '후세' 입니다.
원작의 후세=동원이 형은 굉장히 공허한 인물이었습니다.
강대한 육체와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특기대 대원이지만, 평범한 시민들과 아이를 보며 무의식에 빠져기도 하고 그에 대한 표현으로 버스 창문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며 손잡이에 머리를 지탱하며 온 몸을 축 늘어뜨리는 등.
그와 더불어 원작의 색감이 더해져 후세의 공허감은 시청자로 하여금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을 납득하게 합니다. 그 공허감이 후세가 맞이한 결말이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그런데 실사화 인랑에서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후세에 대한 표현(혹은 사회상)에 치중해야할 런닝타임을 다른 인물들에게 배분했어요.
헨미 = 김무열, 케이 = 한효주에게로요. 그리고 이 인물의 표현이 망한거고요.
5. 헨미 = 김무열.
전형적인 싸구려 한국영화의 빌런이 됐습니다.
연기도, 그렇게 연기하라 지시한 각본도 다 그냥 존나 쌉니다. 한국형 범죄 스릴러에 나오는 빌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인랑에서 김무열의 헨미 연기를 내부자들이나 신세계에 붙여도 위화감은 없을 것 같네요.
이해가 안 갑니다. 김지운인데 왜 이랬어야 했었던 걸까요?
물론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원작 '인랑'은 정치극이라고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허나 '정치극'만은 아닌 것도 분명합니다. 헨미는 극의 주연이 아닙니다.
극의 주연은 후세=강동원과 특기대와 인랑이라는 조직, 그리고 시스템입니다. 개지랄같은 한국식 아치에너미 빌런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실사화 인랑이 빌런인 김무열을 잘 사용했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사화 인랑에서의 빌런 김무열의 역할이 극에 필수불가결이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사화 인랑에서의 결말에 있어서 빌런 김무열의 역할이 필수불가결이었느냐? 좆도 불필요해요.
왜 이딴 병신같은 한국식 캐릭터를 채용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6. 케이 = 한효주.
한효주의 연기가 잘못 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유예해도 됩니다.
왜냐면 만남부터 잘못됐거든요.
위에서 설명한 것 처럼, 후세/강동원은 공허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전달책인 소녀를 보며 번민을 했던 것이고, 그의 여파로 소녀의 납골당의 찾아가서 케이/한효주를 만난 것이구요.
이는 헨미/김무열이 작성한 시나리오의 치밀성(우연을 가장)을 살려주는 장치이며, 후세/강동원이 케이에 대한 감정과 극의 결말로 향하는 감정선을 유지시켜주는 주요한 지점이고요.
근데 실사화 인랑에서는 헨미/김무열이 직접 전해달라며 말하자, 친절하게도 후세/강동원이 직접(!) 연락합니다. 대체 왜..?
이러면 후세/강동원의 캐릭터가 납득이 안 됩니다.
케이/한효주가 극의 후반에 이르러 후세/강동원이 인랑임을 깨닫는 부분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자신이 후세/강동원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과 장기말이 된 후세/강동원에 대한 연민, 그리고 어찌보면 사랑의 감정... 등이 말이에요.
아울러, 케이/한효주의 캐릭터도 좀 구립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캐릭터의 매력과 대사의 만듦새가요.
후세/강동원의 공허를 채워주는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집니다. 단순히 미인계로만 보여요.
첫만남에 키스를 나누는 상황설정도 잘못 됐어요. 극한까지 육체와 정신이 단련된 특기대원이 처음보는 여자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아 한효주 조녜니까..' 라고 납득 할 수도(있을래나) 있을 것 같지만, 좆도 말이 안 된다고요.
다분히 한국식 신파에요. 한국식 신파를 무조건 까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좆도 필요 없다고요. 그리고 김지운 감독은 이지랄 한 적도 없었고요....
7. 곁다리 인물들.
김지운 감독이 생각한 '적정'수준의 런닝타임이 있었던 걸까요. 그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조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존나 불필요한 인물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샤이니 민호랑 [섹트]의 뭐시기 여자랑.
이 영화가 좆된 거대한 두 가지 이유중 첫 번째가 이 두 인물입니다.
민호는 특기대의 파워 인플레와 보안의 철저함을 좆되게 만들었고, 섹트의 뭐시기 여자는 굳이 필요 하지도 않은(진짜 씨발 좆나게 불필요한) [섹트]와 공안부의 연줄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역할.
특히 섹트의 뭐시기 여자는 섹트가 공안부와 연줄이 있었다라는 개좆도 필요 없는 설정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데, 대체 왜?????????????????
원작에서도 필요가 없고, 이 작품에서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단순히 메인 스트림에 해당하는 음모 말고도 곁다리에서도 음모가 있다라는 상황 설정만으로 영화의 볼륨을 풍성하게끔 만들어 보이려는 얄팍한 술수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영화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주제에 어디서 그딴 유치한 짓거리를 이리도 대담하게 하려는 건지.
8. 극의 중반부.
분명 글의 초반부에도 말씀드렸습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부터 초-중반부 까지와 그리고 엔딩을 제외한 극 후반부 까지는 훌륭합니다.
이는 원작의 영상화에 충실했고, 퀄리티 또한 '매우'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런닝타임 1시간 정도까지 넋놓고 봤습니다.
여러군데 영화 사이트에서 혹평을 듣는 다는 것 정도까지는 인지하고 있었기에 머릿속에서 '이새끼들 원작 안봐서 지랄하는 거네' 라고 생각 할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중반부는 이미 인랑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이야 그림체, 색감등을 통해서 일체감을 줄 수 있는데 반해 영화는 그게 어려운게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사화 인랑은 완전히 실패했어요.
중반부는 강동원-한효주의 로맨스, 혹은 김무열의 한국식 범죄 스릴러 극이에요.
기괴합니다. 초반과 후반은 인랑인데 중반부는 한국 영화에요. 정말로 중반부는 인랑이 아닙니다. 흡사 두 영화가 엉켜서 교차상영 되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듭니다.
진짜 끔찍했지만 버티고 버텨서 극의 절정에 이르는 조짐이 보여서 겨우 겨우 참아냈습니다.
9. 결말.
이게 이영화가 좆되버린 두 가지 이유중 두 번째 이유이며, 가장 큰 이유입니다.
원작의 결말은 이렇습니다.
후세/강동원이 지하수로에서 공안부를 학살한 후 토베에/정우성를 만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토베에/정우성에게 케이/한효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후세/강동원은 이를 거절하며 항거하려하고, 삶의 체념에 이른 케이/한효주는 후세/강동원에게 다가가면서 오열하며 '레드후드'의 엔딩을 읊조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후세/강동원은 케이를 쏴 사살하게 됩니다.
이 엔딩은 원작 인랑을 관통하는 주제인 '우리는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쓴 늑대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임과 동시에 극의 완성을 결정짓는 명장면 입니다. (더불어 총의 위치가 '그곳'과 비슷해 보이는 것도 어느정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입장)
근데, 실사화 인랑에서는 완전히 차선이탈을 합니다.
토베에/정우성이 후세/강동원에게 케이/한효주를 죽이라고 명령 받고서 항거하는 것 까지는 같은데, 이 때부터 난데없이 강동원과 정우성의 액션씬이 펼쳐지네요 개씨발 좆도;;;;;;;;
지들끼리 치고박고하다가 진짜 개 좆 전형적인 한국식 서로 총 겨누는 자세에서 만담;;;;;;;;;;;;;;;;; 김지운 감독은 디스플레이 너머로 보이는 이 두배우의 비주얼에 취해서 이게 좆나 좆나게 멋지고 합당한 결말에 이르는 장치로 여겨지는 착각을 한 게 아닐까요.
왜 씨발 아예 나이프 파이팅도 넣고 크라브마가도 넣고 견자단 형도 부르고 토니쟈로 부르지 씨발....
이게 좆씨발 뭔.................................................................... 하아.....
그리고 무의미한 총성에 따른 탄소비와 함께 페이드 아웃되는데 둘 다 멀쩡히 살아있고
강동원과 한효주는 해피엔딩이고..... 뭔데 이거? 뭐냐고 이거.
이게 씨발 대체 뭔 영화에요? 정치극? 로맨스? SF? 디스토피아? 씨발 뭐임 이게?
오히려 공각기동대(영화) 보다 더 기분이 좆같아요.
10. 여담.
쓰다보니 소주 두 병 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좆같은 점은 이 영화를 해체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조립하면, 원작의 인랑이 완성(!!!!!!!!!)이 된다는 겁니다.
원작 인랑에 있던 건 다 있어요. 다 가지치기 하면 완벽한 원작 인랑의 실사화 한편이 나옵니다. 정말로.
근데 거기에 기생하는 모기새끼들이 존나게 많아요.
근데 그 수준이 피부를 뚫고 피를 빨아 먹는 게 아니라, 척추에 빨때 꽂아서 쪽쪽 빨고 있는 게 문제인 거죠.
대체 왜?? 김지운 감동님 대체 왜???????????????
저는 대단한 원작충이라서 조그마한 변형에서 거부반응 나타내는 그런 병신은 아니에요.
최소한 단독 컨텐츠로써 합당한 품질은 원합니다.
저는 뼛속까지 메탈 돼지이지만, 베이비메탈을 욕하진 않거든요.(???????)
11. 장점.
- 원작의 영상화.
- 뛰어난 현지화.
- 프로텍트 기어의 완벽한 표현.
12. 단점.
- 후세/강동원의 묘사 부족과 실패.
- 케이/한효주, 헨미/김무열에게 부여된 과도한 분량과 실패.
- 좆같은 결말과 실패.
- 한효주와 강동원의 로맨스와 실패.
- 섹트의 그 뭐라고 하는 아무튼 여캐의 실패.
- 케이/한효주의 신파적 설정에 의한 실패.
- 헨미/김무열의 한국식 좆같은 범죄 스릴러 캐릭터.
13. 여담2.
10번에서 말씀드렸지만 다시 말씀해드리면
이 영화의 런닝타임 2~30분 정도를 제거하면 원작의 인랑을 완벽하게 구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더 기분 나빠요.
이 영화가 레고라면, 몇 가지 부품을 떼어 내면 조립설명서에 나오는 완성!에 이를 수 있어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김지운 감독 나름의 해석을 내세운 것도 아니에요.
그런 부분은 극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어요.
그냥 원작을 온전히 따라가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놓고는, '이히히 오줌 발싸!! 똥 발싸!!!!' 해버린 것 같아요.
오프닝 시퀀스에 보여준 뛰어난 현지화가 이 영화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진짜 중반까지 진짜 너무 좋았는데..
개 씨발 제가 대체 뭘 잘못 한 거죠?
왜 제가 좋아하는 컨텐츠들이 하나하나 서서히 망가지는 걸까요.
총몽.... 총몽...... 총몽..... 눈깔닦이....
아냐.... 그럴 수 없어...
독크타 스트레인지 선생님 제발... 이게 end game 이라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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