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네명이 끝까지 쫄깃한 경쟁을 보이면서 예상외로 재미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마싸가 초반에 코스아웃된 상태에서 소프트로 시작한 상위권 드라이버들이 타이어 교환을 빠른 타이밍에 가져 갔는데, 웨버의 타이어 교체가 원활하게 되지 않더니 출발하자마자 타이어가 튕겨나와 카메라맨을 직격(!)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졸지에 백마커가 됐습니다. 이때만해도 리타이어 안한게 다행이다 싶었는데..
해밀턴은 스타트와 동시에 3위로 미끄러지면서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알론소가 미디엄에서 시작해서 소프트로 갔는데도 영 페이스가 오르지 않으면서 베텔의 그냥저냥한 크루즈..가 될 줄 알았는데 그로장이 소프트로 생각 외로 오래 버텨주고 미디엄에서도 상식밖의 페이스를 보여주면서 베텔 뒤에 달라붙었습니다. 여기서 비앙키의 엔진에 불이 붙었는데, 급히 트랙 옆에 차를 대고 내리고 나니 견인중에 차가 홀랑 빠져서 내리막길 따라 저절로 후진을 하며 트랙을 가로지르는 사태가 벌어졌고, 덕분에 세이프티 카가 나오며 10초 가까이 벌어져 있던 키미와 알론소가 베텔과 그로장 뒤에 바로 붙는 행운을 잡았습니다(다들 이 틈에 두번째 타이어 교환도 하고요). 웨버도 행운이었던게, 백마커는 세이프티카를 추월해서 대열 최후미에 붙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격차를 단숨에 줄일 수 있었습니다. 레드불 차량의 성능이야 말할것도 없으니 이후는 뭐...
31랩에 SC가 들어가고, 베텔부터 키미까지 각 1초 내외의 간격이고 그 살짝 뒤에 알론소가 달리는 모양새를 유지하다 41랩에 베텔, 42랩에 그로장이 미디엄으로 바꿔 끼우며 타이어 전략이 갈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1,2위로 올라온 키미와 알론소는 타이어 마모 때문에 페이스가 딸리기 시작했지만 키미 기준으로 베텔과의 격차가 13랩 남기고 15초 남짓이라 버티는데까지 버티는가....? 했는데
10랩 남기고 키미와 알론소가 동시 피트인, 소프트로 갈아끼우고 베텔과 그로장을 추격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키미가 들어간 이상 알론소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긴 한데, 로터스의 작전이 좀 많이 아쉽더군요. 이왕 소프트로 갈아끼우고 랩타임 줄이면서 추격할거면 두 랩 정도 빨리 들어왔으면 어땠을까 하는...실제로도 딱 두 랩 정도가 더 있었으면 하는 결과였거든요. 마지막 랩에 들어서야 1초 이내로 추격했으니까요. 팀오더로 키미에게 길을 내준 그로장은 막판에 키미와 비슷한 페이스로 기어올라오는 알론소에게 똥줄타게 추격당했지만 다행히도 3위를 지켜내며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노면 온도가 40도를 웃돌아서 그런지 메르세데스의 롱런 페이스가 다시 영 시원찮은 느낌이 됐습니다. 해밀턴은 그립 때문에 계속 애를 먹었던 것 같고요. 웨버는 SC 한번 잘 만나서 꼴찌에서 7위까지 올라오는 행운을 거뒀습니다.
아찔했던 피트에서의 사고. 이 바닥이 삐끗하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잘못 맞으면 목뼈 부러지는건 일도 아닌 무게와 토크의 F1 타이어니까요..레드불은 이 사건의 원인제공자로 3만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타이어에 맞은 카메라맨은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졌고 입원 치료중입니다.
F1 | 606명이 읽었어요. 3.142.69.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