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작년부터 다듬던 패턴의 완성형을 보는 듯한 레이스였습니다. 퀄리파잉에서의 숏런 페이스보다 레이스에서의 롱런 페이스에 촛점을 맞추고 그 장점을 극대화하는 플랜. 알론소와 마싸 둘다 그리드 한둘 정도는 스타트에서 제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보니 세울 수 있는 플랜이죠. 그리고 이번 레이스에서는 (알론소에 한정되긴 했지만) 완벽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스타트에서 2위로 뛰어오르고 곧 해밀턴을 제친 이후 레이스 내내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마싸는 본인 스스로 타이어 교체 전까지는 완벽했으나 그 이후 프런트 쪽 마모 때문에 최적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스타트에서 페라리 듀오에게 자리를 내주고, 레이스 중에는 페레즈와 부딪히는 바람에 노즈를 깨먹은 키미는 생각보다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아서 레이스 내내 너덜거리는 노즈를 달고 끝까지 달린 결과 해밀턴의 앞에 서서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해밀턴은 닳고 닳은 소프트로 출발하는 덕에 1위를 사수하는건 무리였습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포디움에 오르고 있다는 건 메르세데스에게 고무적인 일일듯.
챔피언십 경쟁자인 알론소에게 레이스 내내 무력해 보였던 베텔이었습니다만, 마지막 타이어를 교체하고 해밀턴을 놀라운 스피드로 따라잡으면서 거의 추월할 뻔했습니다. 하필 마지막 랩에서 달라붙는 바람에 중계 포인트가 알론소가 아닌 해밀턴-베텔에게 집중됐을 정도. 9위에서 시작해서 포디움에 올라갈 뻔 했다는건 역시 대단하죠.
다들 타이어 때문에 애를 먹는 와중에 혼자 2스탑으로 버텨낸 버튼은 배틀만 하면 추월을 허용하는 듯했지만 그래도 5위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페레즈와의 짬밥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퀄리파잉에서부터 관심을 받았던 리치아르도는 커리어 최고인 7위에 올랐습니다. 레드불의 2군격인 토로 로쏘 소속이니 최근의 팀 오더 사태를 생각하면 나름 야망을 가질 만한 성과일지도.
잘나가는듯 했던 수틸은 구티에레즈에게 들이받히며 동반으로 폭사했고, 웨버는 하필 토로 로쏘인 베르뉴와 충돌한후 피트인했습니다만, 나오자마자 속도가 급감하더니 리어 타이어가 빠지는 참사를 겪으며 리타이어. 빠진 타이어가 트랙을 구르면서 뒤따라오던 베텔을 위협하는 모양새가 된게 좀 웃기더군요. 이 사고로 인해 레드불에 안전 책임을 물어 5천 유로의 벌금이 부과됐고, 웨버는 구티에레즈와 함께 다음주 바레인에서 그리드 페널티를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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