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라고 당당하게 붙여놓긴 했는데
막상 말머리를 붙일만한 게 생각이 안 나서...
일단 기리노 나쓰오 소설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입니다)
선물 받아 읽게 됐다지요.
(개인적으로 하루키부터 바나나까지 일본 작가는 몽땅 싸그리묶어 싫어함)
역시나 섬나라 작가들이 그렇듯이
지네들 특유의 좀스런 심리를
파헤치고 파헤쳐서 600여페이지의 소설을 번듯하게 한권 써냈네요.
그래도 그나마 이 소설이 주목할 만한 건 뭐냐면,
일단 여성의 이상심리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그 전개 방식이 꽤 흥미진진하게 재밌습니다.
일본 내에서 충격을 줬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그다지 선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는 않았지요.
그 배경이 되는 실화란 게 뭐냐면,
97년도에 일본의 한 창녀가 피살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창녀가 동경대 출신에다
현 대기업 간부였다는 겁니다.
완벽한 이중생활을 했다는 거지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네팔인 노동자였다는데
워낙 언론의 관심이 많이 모인 사건이었다보니
조금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면이 있어
지금까지도 좀 미심쩍게 여겨지고 있다네요.
하여튼 그런 사건이 있었고,
책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왜 동경 전력의 대기업 간부인 그 여자가
돈도 몇푼 받지 못하는 싸구려 창녀 생활을 하게 되었느냐하는
이상심리의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꽤 솔직하게 달린 작가의 코멘트를 요약해보지요.
"그 살인 사건 당시 매스컴에 광적인 취재 열기가 무척 불쾌했다. 어쩌면
세상 남성들의 그런 열광이 그녀를 밤거리로 내몬 것은 아닐까?
(ㅋ 모든 악은 남성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소설을 쓰기 전에 몇개의 가설을 세워 보았다. 그녀는 밤의 생활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고 그 해방감으로 낮의 생활마저 붕괴된 것은 아닐까하는...
거기에 덧붙여 고교 시절에 어떤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부터 출발했다.
그 가설에 따라 주인공의 고교 시절부터 써보되, 시간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다각도의 시점에서 중층적으로 나타내었다."
뭐 대충 소설의 전개에 대한 대략의 설명이 된 듯 합니다.
책의 앞표지에 보면 선전용 문구가 하나 있는데
이게 뒷표지에 있는 무슨 평론가니, 동료 소설가니 하는 사람이
쓴 것보다 훨씬 더 명확한 평가인 듯 하여 써봅니다.
"이상심리와 질투에 찬 여성들의 기괴한 삶을 통해
병든 사회의 어둠에 갇힌 현대의 괴물적 여성상을 예리하게
묘사해 낸, 이즈미쿄카 문학상 수상작품!"
현대의 괴물적 여성상 <-- 요게 포인트라죠.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일단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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