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것이 너무도 많아 임의의 자연수를 뜻하는 n을 붙여 부르는데 표기하는 방법이
의도에 알맞게 되려면 꼭 소문자로 써줘야 하죠.
딱히 하고싶은 것도,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최고학부를 졸업하여 세상에 던져진 청년들은
한살 한살 나이를 더 먹어가며 자기 자신을 갉아먹어갑니다. 현실에서는 물론이고
현실을 투영하는 스크린 속 인물들도 시대의 흐름속에 찾아온 질병같은 현상에서
그닥 자유롭지 못합니다.
본작의 주인공인 이치코(一子, 첫 딸이라는 심플한 작명이지만 무성의하지요)는
작은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단기대학(2년제의 전문대학 같은 수준일 겝니다)을
간신히 마치고 한번도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직업뿐만이 아닙니다. 자조섞인 말투로 '나는 여자를 버렸으니까.' 라 말하지만 그녀는
서른 넷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경험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고, 밥을 먹고
만화를 읽고,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고, 가족들이 생계에 매달려 있는 동안 그녀는 이혼한
여동생이 데려온 초등학생 조카를 돌본다는 핑계로 니트의 나날을 보냅니다.
여동생 후미코는 이런 언니가 밉살스러워 견딜수가 없습니다.
학업에 뜻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진학도 하지 못했고 일찍 시작한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끝났으며 아들은 학교에서 이지메나 당하지, 갈 곳이 없는 그녀는 부모의
도시락집에서 일손을 거드는 것으로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합니다.
쌓이고 쌓인 감정의 앙금들이 피로와 뒤섞여 서로의 사이가 뜨는 순간이 있습니다.
발화점은 생각보다 낮지만 불꽃은 타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이치코는 집안을 뒤집어놓고
독립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혼자 산다는 것은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집세를 내며 최소한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일을 해야 하지만
이치코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성진국에서는 야간 편순이 시급이
천 이백엔 (오늘자 환율로 13,490원)이나 되기 때문에 주4회 8시간만 근무해도
15만3천6백엔이라는 급여가 보장되고 심지어 90분근무당 10분의 휴게시간까지 줍니다.
노오력이 부족한 점장은 하루 18시간 근무를 고작 4개월 하고 우울증에 걸렸다는군요.
헬조선에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인데 약해빠진 니홍진이 분명합니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되자 바로 다른 생각이 드는 건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이치코에에도 신경쓰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에
신경질적인 눈빛을 가진 나쁜 남자...잘못 거슬러 준 잔돈 100엔으로 두 사람은
속된 표현으로 썸을 타기 시작하고 영화는 단추를 잘못 꿴 로맨스처럼 흘러갑니다.
예상했다면 예상한 대로,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인대로 이치코는 또다시 패배합니다.
직업도 , 처녀도, 썸타던 남자도 잃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영화의 끝맛은 결코
씁쓸하지 않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로맨스의 공식은 탐색-확인-의심-재확인의 나이브한 흐름이지만
이 영화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지점은 불확실한 애정이 상대에 대한 애증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행위로서 복싱을 결합하는 작위적이면서도 영리한 각본과
연기력이라면 어디에 내밀어도 손색없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관객을 설득합니다.
초반부는 마치 이시이 유야의 갑갑한 세상같다가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명작
'밀리언 달러베이비' 를 녹즙기에 갈아넣고 츠츠미 유키히코 풍의 토핑을 얹은 맛...?
이치코로 분한 안도 사쿠라는 정말 매력적이고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배우입니다.
아라이 히로후미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역할을 자주 맡아서 꺼려지는 편이지만
남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도 아 씨발 저새끼한테라면 이겨먹을수가 없네...썅
이런 엿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배우가 찌질하게 나와서 대리만족하였습니다.
* 떡신은 있습니다만 기대하실 거 없습니다. 슴가는 나옵니다만 사쿠라짱 남는 B컵입니다.
아마 이 글을 클릭하신 분중 5할은 쉬펄년 좆같이 생겼네 하고 뒤로가실듯...
외화 | 2009명이 읽었어요. 3.15.212.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