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온 미국에서 5년전의 미국 GP 챔프인 해밀턴이 다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레드불의 3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이 확정됐습니다.
레이스를 앞두고 페라리의 졸렬하지만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는 조치가 있었습니다. 6번 그리드였던 마싸의 기어박스를 뜯으면서 기어박스 페널티로 11위로 내리고 알론소를 7번 그리드로 끌어올린 것. 순위 자체도 쳐진 데다 스타트에서 그립이 없다시피한 더티 사이드인 짝수번 그리드는 손해가 크다고 보고 두 명 다 클린 사이드에서 출발시키고자 한 고육책인데요.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 선택은 매우 정확했음이 시작하자마자 밝혀졌습니다. 스타트에서 더티 사이드는 대체로 상당한 손해를 보았는데, 알론소가 스타트와 동시에 4위로 뛰어오르는가 하면 무려 (스타트 젬병인)웨버가 해밀턴을 제치고 2위로 나서는 이변이 일어났을 정도니까요.
사고가 안 날리가 없다고 얘기하던 스타트 직후의 턴 1에서는 기적적으로 아무도 사고를 치진 않았지만, 직후의 턴2에서부터 그립이 안나와서 트랙 밖으로 밀려나가는 차량이 여럿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딱딱한 미디엄-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라 처음 몇 랩은 그립 자체를 잡기 힘들어서 애먹는 게 역력했고, 레이스 내내 휠락이나 오버런 등등의 실수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잦은 배틀과 추월을 유도했습니다.
시즌중에 얼터네이터 문제로 고생했던 레드불은 그동안 2011년형의 재고를 쓰면서 버텨왔습니다만, 이번 미국 GP부터 재고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 문제의 2012년형 얼터네이터를 다시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웨버가 KERS와 얼터네이터가 연달아 고장나며 장렬히 퍼지는 비극을 겪으며 알론소에게 3위를 헌납하고 맙니다. 다행히도 베텔은 완주에 성공했지만, 시즌 최종전인 인터라고스까지 해결하지 못한 시한폭탄을 떠메고 가는 격이 됐습니다.
해밀턴은 퀄리파잉에 이어 레이스에서도 가장 뛰어난 페이스를 보이면서 선두로 출발한 베텔을 따라잡아 배틀로 제끼는데 성공했습니다. 크루징하는 베텔이 타이어 교환이 아니고 배틀로 붙어서 추월당하는거 올 시즌 들어서 처음 보는 거 같네요.
아무튼 알론소는 해밀턴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베텔의 뒤로 들어왔지만 베텔이 1위를 못하는 바람에 포인트차는 아직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13포인트차. 이제 경우의 수는..
인터라고스에서
알론소 4위 이하 기록 - 베텔이 농땡이쳐도 베텔 챔피언
알론소 3위 - 베텔이 10위 이하를 기록해야 알론소 챔피언
알론소 2위 - 베텔이 8위 이하를 기록해야 알론소 챔피언
알론소 1위 - 베텔이 5위 이하를 기록해야 알론소 챔피언
...늘어놓고 보니까 진짜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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