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이 폴 투 윈으로 시즌 3승째를 거뒀습니다. 스타트에서 버튼을 제낀 마싸가 첫 코너에서 들이댔을 때 말고는 딱히 급박한 장면도 없이 레이스를 진행했고 무난하게 우승하면서 드라이버스 포인트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버튼이 중간에 서 버리는 바람에 챔피언십 경쟁에서 거진 탈락한 이상, 맥라렌에서 앞으로 해밀턴을 전면적으로 서포팅할 것이니 그 또한 해밀턴에겐 이점이 되겠네요.
하지만 오늘의 진정한 스타는 12위로 출발해 2위 피니쉬를 기록한 페레즈입니다. 자우버를 몰면서 벌써 시즌 세번째 포디움. 옵션을 끼고 시작한 상위권 드라이버들이 20~24랩 부근에서 타이어를 교환하는 사이 프라임으로 계속 버티다 30랩째에 옵션으로 타이어를 갈아 낀후 그야말로 혼자 랩당 1초 이상을 쭉쭉 땡기며 폭주하면서 차례차례 다 제껴버리는 패기를 발산했습니다. 중계방 채팅창의 반응은 멕시칸 영계의 패기에 단체로 바지를 갈아입고 있었고요...특히나 자우버의 엔진 공급자인 페라리 듀오를 연속으로 추월하는 모습은 페라리 본진인 이탈리아의 현장 팬들도, 페라리 대빵인 몬테제몰로도 잘 지켜봤죠. 안그래도 이적 루머 솔솔 피어나는 친구였는데 시즌 끝나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이적시키려고 할듯. 랩당 갭을 줄이는 속도로 봐선 한 3~4랩 쯤 더 있었으면 해밀턴도 안심할수 없었을 겁니다. 레이스에 만약이란건 없지만요.
해밀턴이 우승을, 페레즈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면, 알론소는 실리를 가져갔습니다. (이제는 양성화된) 팀 오더 덕분에 마싸의 자리를 별 접전 없이 빼앗았고, 3위 피니쉬로 15포인트를 추가하면서 2위와 37포인트 차로 여전히 드라이버스 포인트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레드불은 오늘 완전히 망했습니다. 베텔은 알론소와의 배틀 중에 알론소를 런오프로 밀어냈다는 죄목으로 드라이브 스루 페널티를 받더니 엔진 문제로 어쩔수 없이 차를 멈추면서 노 포인트. 웨버도 막판에 RPM이 오르지 않더니 결국 피트로 들어가 버려서 노 포인트. 레드불 듀오가 더블 리타이어한것은 초대 한국 GP 이후 처음입니다. 컨스트럭터 포인트에서 엄청난 손해를 봐서 맥라렌과 페라리에게 바짝 쫓기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맥라렌이 버튼 리타이어로 턱밑까지 쫓아오지 못한건 다행이군요.
드라이버스 포인트는 알론소가 179로 선두, 그 뒤를 해밀턴이 142로 추격 중이며, 그 바로 뒤에 불과 1점씩의 차이로 키미와 베텔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9월 21-23일에 싱가포르, 10월 5-7일에 일본, 10월 12-14일에 한국 순으로 아시아 패키지 투어가 이어집니다. 이대로 가다간 챔피언십 경쟁에 한국 GP가 상당히 중요한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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