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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야 어지간 하면 제원대로 움직이지만. 사람이란 건 참 묘하다. 같은 능력을 가졌더라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른 성능을 발휘한다.
요즘 넥센 박병호가 꼭 그렇다.
LG에선 거의 2군에 머물던 선수가 지난달 31일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확달라졌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 1.2차전에서 홈런을 뽑더니. 3차전에선 결승타를 기록했다. 넥센 소속으로 6경기에 나서 타율 0.409(22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이다. 2루타도 3개나 된다.
기술적으로 LG의 박병호와 넥센의 박병호가 달라진 건 없다. 폼은 LG 때 그대로다.
그를 향한 눈빛이 달라졌을 뿐이다. 박병호는 트레이드 직후 김시진 감독과의 면담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나가서 놀아라”라는 게 김 감독의 첫 마디였다.
박병호가 무슨 말인가 하고 당황하자 “야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가서 논다고 생각해라. 그간 무슨 이유로든 못 놀았다면.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라고 말을 이었다.
박병호는 그제서야 씩 웃었다. 지난주 두산전 맹활약 뒤 “전에 LG에 있을 때는 삼진을 먹을까봐 걱정하고. 이번에 못치면 다음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못 치면 다음에 잘 치면 된다. 그래서 편하게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시를 받은 심재학 타격코치도 그를 그냥 놔둔다. 심 코치는 “눈에 보이는 단점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냥 보기만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했다. 시즌이 끝난 뒤엔 ‘너와 내가 머리를 맞대고 단점에 대해 논해 보고. 서로 일치하는 게 있으면 그 때 가서 타격폼을 바꿔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넥센에 와서 거포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박병호는 “마치 프로에 처음 입단한 것처럼 기대감에 들떠 있다. 나를 도와주려는 눈빛을 볼 때마다 더 잘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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