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한화의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이성열이 김현수와 망중한을 즐기던 차에 소 이야기가 대뜸 나왔다. 김현수가 "소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성열은 "한우라고 다 같은 한우가 아니다. 외국산 송아지를 한국에서 키워 '메이드인코리아'라고 파는 소가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그런 건 한우가 아니다"고 아는 척 했다.
김현수가 "그럼 소 한마리 잡으면 얼마나 하나"고 묻자 "대충 풀 먹이고 키운 것은 400~500만원 하고 좋은 사료 먹여서 제대로 키운 소는 1000만원까지 간다"고 명쾌한 답변을 해 줬다.
의외로 얘기가 심도있게 진행되자 김현수가 몰입했다. "아버지한테 소 좀 키우시라 그럴까. 키우시다 잘 안 되면 그냥 내가 잡아 먹어버리고." 그러나 이내 이성을 되찾았다. "아냐. 너무 힘드실 거야."
이성열이 또 나섰다. "하나도 안 힘들어. 낮동안 막걸리 좀 드시다 때되면 한 번씩 가서 사료만 챙겨주면 돼. 일주일에 한번 소똥이나 치워주면 되고."
이쯤되자 소가 아니라 이성열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야구 선수가 소에 대해 이처럼 많이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혹시 집에서 소를 키우나"고 물어도 이성열은 "아니"라며 빙긋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몇 번을 추궁하자 그제사 이성열이 털어놨다. "사실은 3년 전에 야구 그만두고 소나 키울까 생각하고 공부 좀 했다."
주변에선 "아하"라는 짧은 탄성과 함께 더이상 추가 질문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개막 7경기에서 3할대 타율과 2홈런 7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지만 3년 전만 해도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벼랑 끝에 몰렸던 이성열이었다. 만일 그 때 야구를 포기했더라면 '제2의 김상현'이 아니라 목장주인이 돼 있을 뻔 했다.
잠실=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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