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7-21 13:47
11번 가운데 8번, 72.7%이다.
넥센과 LG가 20일까지 올 시즌 11번 맞대결을 펼쳤는데, 1점차 승부가 무려 8번 나왔다. 19, 20일 경기서도 이틀 연속 1점차로 승부가 갈렸다. 이 가운데 연장전도 절반인 4차례. 이쯤되면 라이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단 상황이 다르다. 4할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을 기록중인 넥센은 이미 올 시즌 최하위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반면 LG는 롯데 두산 등과 함께 힘겨운 4위 싸움을 하고 있다. 다소 느긋한 넥센의 입장에선 서울 지역 동서를 대표하는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이 은근히 반갑지만, 다급한 LG로선 '앙숙'이 따로 없다.
비록 최근 들어 이런 상관 관계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실은 두 구단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얘기. 두 구단의 앙숙 관계, 거기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선장 빼가기?
두 구단의 앙금이 생성된 것은 김재박 감독이 2006시즌이 끝나고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서 LG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1996년 현대 창단부터 무려 11년간 사령탑을 지낸 김 감독이 하필 팀의 존폐 위기에서 떠났으니 남은 현대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낄 법 했다. 현대 구단으로선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선장 빼내기'를 시도한 LG에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었다.
규정을 어기면서 빼낸 것도 아니고 계약이 끝난 후 스카우트를 한 것이기에 이성적인 관점에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 즉 철저히 감정적인 이슈였다.
▶이유있는 미움
2008시즌이 끝난 후 FA가 된 3루수 정성훈이 LG로 떠나갔다. 히어로즈는 정성훈의 대체요원으로 황재균을 낙점한 상태여서 굳이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 사이에선 정성훈이 '부잣집으로 시집을 잘 갔다'는 정서가 컸다.
또 다른 앙금은 2009년 히어로즈의 연고지 이전 문제가 발단이 됐다. 이미 목동을 홈으로 쓰고 있는 상황서 서울의 터줏대감인 LG와 두산이 히어로즈의 입성금을 집요하게 요구한 것. 이미 약속된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양 구단에 27억원씩 총 54억원의 거액은 히어로즈에 당연히 큰 부담이었다. '부자구단'에 대한 이유있는 미움이 시작된 것.
결국 이택근을 LG로, 이현승을 두산으로 보내면서 일단락됐다. 히어로즈가 KBO를 통해 양 구단에 입성금을 낸 후,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하는 모양새였지만 어쨌든 이택근이 구단의 존립을 위해 LG로 팔려나간 셈이 됐다. 당시 김시진 감독은 "LG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게다가 트레이드설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마무리가 절실한 LG가 히어로즈의 특급 마무리 손승락에 대해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물귀신이 따로 없다!
두 구단은 최근 몇년간 순위에서 꼭 붙어다니고 있다. 현대가 관리구단 체제로 들어간 2007년, 현대는 6위 LG는 5위에 그쳤다.
이후 2008년(히어로즈 7위, LG 8위), 2009년(히어로즈 6위, LG 7위), 2010년(히어로즈 7위, LG 6위)까지 4년간 그랬다. 그만큼 실력이 엇비슷했다는 얘기.
넥센은 20일 현재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LG에게만 6승5패로 앞서 있다. 넥센의 몇몇 선수들도 "양 구단의 이런저런 관계 때문인지 LG전에는 유독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적어도 LG에게만큼은 지기 싫다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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