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족 1차 퀘스트를 파티플로 가볍게 클리어하고 룰루랄라하며 사우스쇼어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럽게 "자 이제 부활하세요!"라는 외침이 들렸습니다.
직감적으로 아 전쟁이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전장에 끼여들 본 적은 아직 없어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서 투명화를 걸고 슬쩍 들어가 봤습니다.
사우스쇼어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참으로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비열한 호드들이 우리의 선량한 얼라이언스 유저들과 NPC들을 베어넘기는데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32레벨에 불과한 케이트가 호드 만렙에게 대미지를 주기란 타우렌보다 큰 노움이 나타나는 것만큼이나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멍하니 짚단 넘겨지듯이 넘어가는 동포들을 보며 시박 뒈지더라도 한 발은 쏘고 뒈져보자 하는 생각에 화염구를 날렸으나 오히려 그것이 호드에게 있어서 적개심을 불타오르게 했는지 오크 도둑 하나가 저를 일격에 꿰뚫어버렸습니다.
일단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유령 상태에서 상대의 진형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약간 허술해 보이는 포인트에 34렙 사제가 열심히 힐링을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기회다. 싶어 일단 여관 안으로 튀어 들어가 회복을 한 뒤 투명화를 걸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도록 움직인 다음, 불덩이 던지기를 시전하였습니다. 불덩이 던지기는 드는 마나에 비해 아주 고효율의 대미지를 주지만 시전 시간이 무려 6초나 되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무방비로 버텨야 합니다.
운이 좋았던지 아니면 32렙짜리가 해 봐야 뭘 하겠느냐라는 식의 안이한 대처였는지는 몰라도 6초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고 화염은 힘차게 호드 사제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화염구를 준비하였습니다.
사제는 뜻밖의 일격에 당황한 듯하였고 누가 자신을 쳤는지 파악이 안 되는 거 같았습니다. 원을 그리며 도는 사제를 향해 두 번째의 화염구를 날리자 그 옆에 있던 전사가 무언가를 파악한 듯 저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세 번째 화염구가 손에서 떠나자마자 사제 쪽으로 달려들면서 즉시 시전 마법인 화염 작열을 날렸습니다. 전사는 그것을 막기 위해 돌진하였으나 한 발 늦고 말았고 호드 사제와 저는 우애 좋게 동시에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밀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던 모로나 스톰윈드 등지로부터 날아온 고렙들이 호드의 고렙들을 처리하기 시작하였고, 숫적으로 불리해지기 시작한 호드들은 손발을 둘 곳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전열을 재정비한 얼라이언스는 사우스쇼어 외곽에서 농성하던 호드들을 모두 밀어냈고 내친김에 타렌 밀농장으로 진격하기로 하였습니다.
타렌 밀농장으로 진격하는 길은 마치 축제와 같았습니다. 경비병과 함께 춤을 추는 이들도 나타날 정도로 아주 흥겨운 분위기였습니다. 모두가 어쨌거나 이겼다 라는 흥분에 도취되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얼라이언스 만렙분들이 경비병들을 베어넘기며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마을에 다다러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먼저 사우스쇼어에 쳐들어온 것에 대한 복수이며 이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잠시 마을회관이나 여관에 대피해 있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호드들은 무법항에서 얼라이언스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았느냐 라고 반박하였으나 무법항에서 시비를 건 것과 사우스쇼어에 호드가 쳐들어 온 것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첫 교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호드 유저들이 나타나서 많이 놀랬습니다. 개초보 마법사 케이트는 막상 자신의 상대가 될만한 이가 나타나지 않자 우왕좌왕하다 만렙 주술사에게 두들겨 맞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렙 전사의 일격에 쓰러지고 맙니다.
유령 상태에서 다시 전열을 보니 역시 약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얼라이언스 진영 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그 약한 부분으로 이동을 한 후 35렙 주술사를 동료 전사와 함께 쌈싸먹어 버리고 그 옆의 31렙 전사도 해치워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케이트는 몇 걸음 도망치다가 적 주술사의 일격에 다시 쓰러지게 됩니다.
케이트가 쓰러지자마자 얼라이언스 측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측면에서 적이 나타난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대군에 아주 정예였습니다. 그들은 아주 효과적으로 숫자를 줄이기 시작하였고, 사람 수에 비해서는 전력이 강하지 못하였던 얼라이언스 진영는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되어 결국 케이트가 부활 가능한 시점에 이르러서는 전멸을 하게 됩니다.
일단 폭풍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대충 마나만 회복을 하고 냉기 갑옷만을 시전한 채로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뒤의 호드들도 더 이상 쫓아가봐야 별 볼 일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두 멈췄지만 유독 31렙짜리 전사 하나가 저를 쫓아와서 먼저 한 발 날렸습니다. 도망가는 적을 쫓아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의 적개심이 강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궁지에 몰린 쥐를 쫓는 것이 취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일단 화염구를 한 발 날려봤습니다. 저항합니다-_-
마법사 궁극의 무기 얼음회오리를 날려봤습니다. 저항합니다-_-
그 순간 hp가 1/4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부활하고 회복을 제대로 안 한 터라 피가 부족하였는데
어쩄거나 냉기 효과를 믿고 냅다 뛰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는 심정으로 화염구를 날리고 곧바로 얼음 회오리를 걸었습니다. 성공입니다.
일단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물약을 먹고 화염구를 한 발 날린 후 다시 냅다 뛰기 시작하였습니다-_-
분명히 그 시점에서 승패는 기울어진 것이었는데 전사는 뭐가 아쉬워서인지 계속 쫓아옵니다. 그것이 함정인 줄도 모른채.
돌격을 통해 기절을 시킨 후 열심히 패기는 팼습니다만, 이미 체력을 모두 회복한 상태라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린대로 기절이 풀리자마자 바로 얼음 회오리를 날렸고 (저항했으면 뒤졌습니다-_-) 화염구를 날리려고 하는 순간 뒤쪽에서 기습이 일어났습니다. 망할 놈의 산사태족 뚱땡이새끼 두 마리가 덤벼든 것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화염구를 날리고 그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화염 작열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앞을 향해 뛰었습니다.
전사는 작금의 결과가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듯 허무하게 주저앉았고 뒤에서 기습을 하던 산사태족 개뚱땡이새끼들도 냉기 효과에다가 자신들 영역의 경계선이다 보니 함부로 쫓아오질 못하였습니다.
누운 전사 앞에서 잠시 가볍게 춤을 춰 주구선 혹시나 고렙에게 꼬질러서 잡으러 올까봐 급히 귀환석을 사용하여 달아났습니다. 이 사건의 목격자는 산사태족 개뚱땡이새끼들 뿐입니다만. 다 똑같이 생기고 이름도 없어서 어떤 뚱땡이인지는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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