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칼럼니스트 오은 스위니(Eoghan Sweeney)
한국팀 스스로 자초한 위기
다들 경기를 보셨겠지만, 경기의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몰디브와 홈경기만 이기면 2006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으니 결과에는 일단 만족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종 예선 때까지 한국팀은 고칠 게 너무 많다. 먼저 수비를 보자. 한국팀의 수비라인은 계속해서 지적을 받아왔다. 오늘도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 실수 중 하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흔들뻔한 실점으로 연결이 되었다.
수비의 실수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레바논이 한 골을 더 넣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상황으로 다가갔고, 선수들은 당황했다. 우세하던 분위기는 반전됐고, 홈 관중의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멀리 원정을 떠난 열혈 팬들과 TV 앞 국민들의 가슴에 납덩이를 안겼다. 이 모든 게 레바논 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한국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최종 예선에서 그런 실수를 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만난 약팀과는 질적으로 다른 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골문 앞에서 지나친 여유
한국팀은 앞으로 강팀과 경기를 많이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약팀과 경기를 너무 많이 했다. 그 결과 자신이 약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됐다. 앞서 수비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공격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중국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에서 꽤 많은 골을 넣었다고 공격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내가 보기에는 강팀을 만나면 득점을 올리기 힘든 전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 공격은 상대 골문 앞에서 세부 전술을 펼칠 때 너무 느리다. 불필요한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특히 엄격한 지도가 필요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 능력은 있는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볼 처리를 미루며 상대를 제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약팀만 계속 만난 결과다.
특히 결정적 찬스를 맞이해도 볼을 컨트롤 하려고 한다. 볼을 좀 만지면 더 좋은 슛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볼을 끌다가 좋은 찬스를 맞이한 경우는 거의 없다.
2002 월드컵을 생각해 보라. 월드컵 첫승이라는 감격의 출발점이었던 황선홍의 골은 이을룡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으로 때린 것이었다. 거함 이탈리아 격침의 단초가 됐던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 역시 빗맞은 논스톱 슛에서 시작됐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던 안정환의 2골은 모두 컨트롤 없이 머리로 해결한 것이었다. 안정환은 골을 넣는 본능이 있는 선수다. 발로 슛을 할 때도 깊게 생각하지 말고 헤딩하듯 본능을 믿고 바로 슛을 하라.
사실 한국 공격진의 일부 선수들이 문전 앞에서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은 몇 번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히딩크와 경기를 할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만약 팀의 지도자의 지도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 않다면 한국팀은 위기 상황이다.
조마조마 했던 마지막 10분
패스는 비교적 잘 이뤄진 것으로 보였다. 어처구니 없는 패스 미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레바논은 후반 종료 10분을 남긴 순간까지도 적극적인 공격과 압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0분을 남기고 공세를 취하자 한국팀의 패스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골키퍼에게 보내지는 패스도 많았다. 마지막 10분 동안 나뿐 아니라 많은 팬들이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 한국 선수들은 축구의 기본을 잊고 있다. 바로 키핑과 볼 컨트롤이다.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키핑할 때 자신이 도저히 소유할 수 없는 공간으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많은 찬스를 날렸다. 치고 들어갈 때도 드리블이 길어서 문전 앞까지 힘겹게 달려가고는 속절없이 골킥을 주기도 했다. 키핑과 볼컨트롤만 잘 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슛을 할 때는 흥분했다. 냉정한 슛을 못 했다. 히딩크가 말한 ‘차가운 피를 가진 킬러 본능’은 어디로 갔는가.
오늘 경기는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음에도 한국 선수들은 상대를 얕잡아 본 것 같다. 오늘 본 모습이 한국팀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약팀과 경기를 할 때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은 몰디브와 경기도 프랑스나 스페인과 경기하듯 준비해야 한다. 몰디브와 경기 때 3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골이 터지지 않으면, 레바논이 베트남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힐 것이고, 선수들은 당황할 것이다. 몰디브가 한국이 어렵게 이긴 베트남을 3-0으로 일축한 팀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위기감으로 포장될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던 몰디브와 원정경기의 결과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치밀한 준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 한다. 물론 나는 한국팀이 몰디브에게 홈에서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는 FIFA랭킹 100위에도 못 드는 팀이었다
전체적인 전술과 선수들의 전술 숙지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고급 축구를 하려면 공격 때도 수비 때도 포메이션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레바논과 경기 때는 선수들 간의 ‘약속’이 보이질 않았다. 한 곳에 몇 명이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했고, 텅 빈 곳도 있었다.
전담 키커인 이천수를 코너킥 때 키커로 사용하지 않은 것도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도를 보면 이천수에게 뒤로 흘러나오는 골을 처리하는 임무를 주었다는데, 세트 플레이에서는 키커가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0.5골이라는 코너킥을 10번 넘게 차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상대는 FIFA랭킹 100위에도 못 드는 팀이었다. 그리고 선수들간의 피나는 주전 경쟁이 이뤄지는 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의 우승으로 끝난 아시아 청소년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박성화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이 결승에 올라서 다행이다. 시리아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리아에 대해서 아는 게 적다니. 준결승에 오르고 결승에서 만날 지도 모르는 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단 말인가. 시리아에 대한 사전 준비는 없다해도, 시리아가 바로 옆 조에서 예선을 치르고 8강, 4강을 거치는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단 말인가. 몰디브와 경기를 이런 식으로 준비한다면 큰 일이다. 현대 축구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 수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팀을 보기 위한 고언이라 생각해 주길 바란다. 오늘 밤 경기를 보면서 너무 소리를 많이 질러서 목이 아프다. 앞으로 강팀과 많은 경기를 하며 약점을 찾고, 이를 보완하면서 강팀의 면모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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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안없이 까대기만 하는 우리나라 언론과 비교하면.. 후...
이사람은 한국축구를 진짜 좋아하시는듯...
요는 지난 히딩크때처럼 5:0으로 깨지던 어쩌던 강팀과 계속 경기를 가져야 한다.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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