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0 18:24
아무런 협상도 먹혀들지 않는다. 늘 돌아오는 대답은 'NO' 뿐이다. 레바논의 텃세에 한국 A대표팀이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일요일(10일ㆍ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첫 행보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레바논 축구협회측에서 훈련장소를 숙소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시리아와 인접한 국경에다 배정한 것. 더구나 가는 길도 미시령 뺨치는 꾸불꾸불 산악지형이라 자칫 목숨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이렇다보니 본프레레 감독은 레바논에서의 첫 날 훈련을 아예 취소해 버렸다. 훈련 한 번 하려다 그동안 쌓은 공든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뿐이 아니다.
레바논은 경기 공식구로 하얀색 피버노바를 사용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뜻밖이었지만 하는 수 없이 UAE 전지훈련 기간 중 백방으로 이 볼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사전 적응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허사였다. 이미 생산을 멈춘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바논축구협회에다 정중히 연습볼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기에 대한 대답 또한 "경기 전날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것이어서 대표팀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쯤되니 본프레레 감독도 치를 떨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나이지리아대표팀 감독 시절 레바논이 음식에다 설사약을 넣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대표팀에 '레바논 주의보'를 발령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 당일 식사는 한국대사관저에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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