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 녹인 샤라포바의 괴성.'
3일 한솔코리아오픈 결승전을 보러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 운집한 20∼40대 남성들에게 샤라포바의 야릇한 신음소리가 테니스 경기 보는 즐거움을 하나 더 선사했다.
샤라포바는 걸출한 테니스 실력과 더불어 롱팔·롱다리, 치렁치렁한 머리, 홍조 띤 작은 얼굴, 풍만한 가슴 등의 외모로 이미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59분 만에 싱겁게 끝난 8강·4강전과는 달리 이날 결승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스트로크를 하는 샤라포바의 입에서 전보다 더 격렬한 괴성이 흘러나왔다.
관람석을 가득 메운 수천명의 남성 관객들은 경기 도중 상의를 벗어던진 채 '슬림유니폼'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는 샤라포바의 늘씬한 몸매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감상하면서 한편으로는 교성(?)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듣는 '공감각의 묘미'를 만끽했다.
"뿌웅, 삐융, 끄응, 크응, 핫, 하앙, 우웅, 카아…."
강타건 연타건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연방 뿜어져 나오는 샤라포바의 괴성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경기가 격렬해질수록 신음소리도 더 강렬해졌다. 이를 악문 채 최후의 스트로크를 할 때는 "크응"이나 "끄응"을, 연타나 발리를 할 때는 "핫"이나 "하앙"을, 랠리가 벌어질 때는 "뿌웅"이나 "삐융" 소리가 뜨거운 입김과 함께 흘러나왔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으으으응" "끄으응" 하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에 대해 관중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눈치. 40대 초반의 박모씨(교사)는 "집사람 출산할 때 용쓰던 소리와 비슷하다. 공을 칠 때마다 괴성으로 기를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이모씨는 "러시아 평원의 여우가 내는 소리가 저런 것일까"라며 "뛰는 모습은 먹이를 사냥하는 표범인데 입에서는 하이애나의 울음 같은 소리가 나니 좀 이상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밖에 샤라포바가 자작나무처럼 쭉 뻗은 다리를 재봉틀처럼 떠는 장면과 경쾌하게 앞뒤·좌우로 흔드는 푸트워크도 남성 관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또 은빛 치마 속으로 드러난 주홍팬티와 주홍색 선캡, 그리고 상기된 얼굴과 구릿빛 피부가 조화를 이룬 샤라포바의 모습을 감상하느라 넋을 잃은 듯한 남성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박효순 기자 mahapass@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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