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을유년 한국축구는 ‘조이’가 열어갑니다."
2005년 한국축구의 최고의 키워드는 ‘조이 듀오’다. 조이 듀오는 ‘작은 황새’ 조재진(24, 시미즈)과 ‘사자왕’ 이동국(26, 광주) 등 신세대 킬러들의 성을 딴 것이다.
이들은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황선홍 은퇴 이후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렸던 한국축구는 이들의 활약에 숨통을 트며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들이 선봉장으로 나설 을유년은 한마디로 ‘조이 시대’인 셈이다. 조이뉴스24 스포츠팀은 지난 29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조이 듀오’를 만나 을유년을 맞는 당찬 각오를 들어봤다.
K리그와 J리그 득점왕을 향해
조이 듀오의 올해 목표는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득점왕에 오르는 것이다.
우선 이동국은 2005년 3월 전역과 함께 포항 스틸러스로 복귀, 프로 데뷔 8년만에 K리그 득점왕에 도전한다. 그는 “매년 시즌을 맞이할 때마다 득점왕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포항에 복귀하는 만큼 득점왕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으로 차출되다보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국은 “그동안 청소년, 올림픽,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갈 때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며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최소한 2~3경기에서 한골씩은 터트릴 자신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에 진출한 조재진은 이미 올해 J리그 득점왕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지난 8월 J리그에 데뷔한 후 7골을 터트리며 적응에 성공한 조재진은 “을유년 목표는 지난 99년 황선홍 선배가 이룬 J리그 득점왕에 도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재진의 J리그 득점왕 도전 선언으로 최용수(이와타) 안정환(요코하마) 등 선배들과 펼칠 코리안 J리거들간의 득점 경쟁도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전 골은 자신감 심어준 보약
‘조이 듀오’는 2004년 12월19일 부산에서 벌어진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나란히 골을 터트리며 독일에게 사상 최초로 아시아팀에 패하는 수모를 안겼다.
이날 골은 이들에게는 매우 뜻깊다. 이동국은 자신의 41번째 A매치 출전만에 처음으로 유럽팀을 상대로 골을 터트리며 ‘아시아용’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이동국은 “사실 독일전을 앞두고 축구팬들이 나를 두고 찬반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독일전 골은 이런 논쟁을 없앨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트라이커는 항상 욕을 먹는다”며 “이제는 팬들의 비판에 실망하지 않고 당당하게 축구장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벤치에 앉아있던 조재진은 안절부절했다. 독일 같은 강호를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본프레레 감독이 좀처럼 그에게 출전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후반36분 이동국과 교체투입된 조재진은 6분만에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트리며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재진은 “사실 잘못 맞은 슛이었는데 다행히 골로 연결됐다”며 “운이 좋았지만 이날 골로 큰 자신감을 얻게됐다”고 말했다.
찰떡 궁합 선후배 “함께 뛰면 마음이 편해요.”
조재진은 대신고 1학년때 포항제철고 3학년이던 이동국의 플레이를 벤치에서 지켜봐야했다. 그는 “동국이 형은 정말 최고의 스트라이커였고 내 우상이기도 했다”며 “상무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도 형의 장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상무에서였다. 상병이었던 조재진은 갓 입대한 이동국을 후임병으로 맞이했다. 어린 시절 선후배들로 구성된 상무는 입대한 지 1개월만 신고식을 치른 후 이후부터는 계급에 상관없이 예전 선후배 사이로 지내는 관례가 있다.
조재진은 “동국이 형의 1개월 신고식 기간동안 나는 올림픽대표로 아프리카와 유럽원정을 떠나있었다”며 “형에게 강한 얼차려를 줄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쉽다”고 웃어 보였다.
이동국은 “재진이와 상무에서 함께 뛰면서 후배지만 배울 점이 무척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특히 타고난 성실함과 부지런한 움직임은 재진이의 큰 장점이다”고 칭찬했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는 스크린 플레이에 능하다면 조재진은 수비수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돌파가 돋보인다. 이들은 “함께 뛰면 서로를 잘 알고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공통분모 ‘황선홍’
'조이 듀오’는 90년대 한국축구의 키워드 ‘황새’ 황선홍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들 모두 ‘황선홍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지난 98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후 황선홍과 같은 방을 쓰며 대선배의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황선홍은 지난 2002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이동국이 탈락하자 “후배 자리를 내가 빼앗은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고 말할 만큼 이동국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이동국은 “선홍이 형도 내 나이 때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형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형이 2002년 월드컵에서 멋지게 마무리한 것처럼 나도 형이 걸어온 길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재진에게 황선홍은 그야말로 최고의 우상이다. 그의 별명도 ‘작은 황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내 등번호는 무조건 18번이었다. 18번을 안주면 축구하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한 지 2년이 지났는 데도 그 움직임만은 정말 대단했다”며 “선배를 수비했던 (김)동진이가 경기를 마친 후 ‘너와는 움직임의 차원이 틀리더라. 그 움직임을 배워라’고 조언했다”고 털어놓았다.
황선홍은 이전 한국축구의 세대교체를 논하면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재진이나 이동국 같은 젊은 선수들을 통한 세대교체가 바람직하다"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90년대 황선홍과 홍명보의 아이콘이었던 18번과 20번 등번호의 새로운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조재진은 황선홍의 18번을 물려받았고,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홍명보에 밀려 달지 못했던 자신 트레이드마크 20번을 달고 맹렬한 골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황선홍 홍명보 등 ‘HH라인’의 상징인 등번호 18번과 20번이 한국축구의 공격과 수비를 뜻했다면 ‘조이 듀오’의 18번과 20번은 한국축구의 공격의 숨통을 열 희망의 키워드인 것이다.
"현 대표팀에는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국이나 재진이 같은 후배들이 진정으로 입지를 굳히려면 끊임없이 연습을 통한 자기개발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는 황선홍의 조언을 따라 ‘조이듀오’는 힘찬 을유년을 다짐하고 있다.
/최원창 기자 gerrard@joynews24.com 사진 황지희 기자 galgi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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