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여자애 3명이 저를 좋아한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고아원에서의 왕따생활(심지어 여자애들이 시킴). 밥늦게먹는다고 밥남긴다고 원장실로 발 붙잡혀 끌려가던 기억. 10살 남짓 애새끼들한테 다굴맞던 기억. 그래도 날 챙겨주던 동생 한명. 챙겨준다고 나랑 같이 맞음
키가 점점 커지고 축구에 소질있다고 중학교 축구부에서 기숙사 생활시켜준다고 스카웃. 고아원에서만 벗어나고 싶어 시작한 축구는 감독이 바뀌고 운동장 트랙 개패듯 쳐맞아가면서 앞구르기로 존나 돌았음. 축구 그만두니 고아원으로 가야댐. 어차피 안맞을 자신있었으니까. 돌아가자마자 싸다구 맞고 싸커킥 날리길래 빡돌아서 원장실 박살냄.
길거리로 나와서 노숙 존나 함. 축구부 친구네 집에서 불쌍하다고 같이 지내다 점점 눈치줘서 나옴. 그렇게 노숙->빌붙어 살기 반복하고 앵벌이도 해보고. 아 노숙자한테 강간당할뻔한적도 몇번 있었는데 개쳐맞고 축구하던 체력은 있으니 도망침...
17살에 고시독서실 옥상에서 몰래 노숙함. 담배피러 올라오는 소리 들리면 의자에 앉아서 고시생인척 하고... 따뜻한 바람 나오는 제동기에서 몸 녹이다가 고시생들이 독서실 주인한테 신고했는지 적발. 독서실 주인 아저씨가 빨리 꺼지라고 함. 도망치듯 나와서 진짜 갈때도 없으니 아파트 단지 정자에 앉아 자살이나 할까 무덤덤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독서실 주인 아저씨가 지하주차장에서 엘베 타고 올라오다가 나 봄.
깡으로 존나게 노려보는데 아저씨가 오더니 목욕탕 가자고 함. 난생 처음 찜찔방 보면서 아... 여기서 노숙할걸 생각함.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고 무슨 사정인지 말해보라함. 부모님이랑 축구 그만둔걸로 싸웠다 정도로 말함. 목욕탕 갔다가 이제 집 가라고 태워다준다함. 암말도 못하고 노숙했던 빌라 말하고 거기 떨궈줌... 경비가 지키고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아저씨가 '이녀석아 너 갈데없지' 이럼
끄덕거리니까 사실대로 말해보라함. 여차여차 이렇다니까 자기가 숙식 제공해주는대신 일할생각 있냐고 그럼.. 무조건 알았다고 하니까 독서실 8시30~01:30분까지 하는데 휴게실에서 이불깔고 자면되고 대신 청소같은거 하라고 함.
그 생활 하다가 그땐 폰도 없구 뭣도 없으니까 맨날 신문 여러개 오는거 몇십번씩 읽음. 그러다 독서실카운터 아저씨 그만두고 내가 그 일 시작함. 아저씨가 검정고시 준비해보라고 너 이렇게 평생 못살고 자기도 너 언제까지 데리고있을지 모른다고 함.
아저씨가 검정고시 준비책 가져다줬는데 뭐 진짜 아는건 하나도 없고... 그런데 진짜 이거라도 안하면 난 평생 노숙해야겠구나 생각하고 끙끙 앓으면서 공부함. 옥상가서 나무 부수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책보고 다시 화내고... 그러다 아저씨 첫째형이 전역하고 복학전까지 과외해쥼. 진짜 착한 형임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놀고싶었을텐데 맨날 나한테 와서 먹을거사주고 공부시켜줌. 18살에 검정고시 패스. 이제 할거없나 했는데 그 형이 아저씨 꼬드겨서 아저씨 집으로 감.
조건이 수능 준비하는거임. 만약 대학 붙으면 등록금은 내가 알아서.
형네 방에서 자면서 혼자 공부하다가 형 집에 올때면 모르는거 와다다 물어보고. 그러다 형이 자기가 공부했던 책들이나 시험봤던것들 주면서 이런걸로 공부해보라함.
첫수능때 35433 나왔는데 형이 아쉽다고 한번만 더 해보자고 함. 그리고 19살에 친 두번째 수능에서 13212 뜸. 아저씨 엄청 좋아하고 형도 좋아하고. 서울쪽 가보고 싶어서 들떠있는데 등록금 문제도 있고 무작정 돈벌고 있었는데 밤 늦게 집 들어오니까 아저씨가 치킨 사들고 나 기다리고 있었움.
둘째형 군대가서 지원해줄수 있다고. 진짜 열심히 할생각 있냐고 물어봄. 알겠다고 함. 아저씨 앞에서 한번도 운적없었는데(욕한적은 많음) 치킨 무 씹지도 못하고 침흘리면서 서럽게 움.
서울쪽으론 힘들고 대구에 살고있어서 경대감. 마침 경대 다니던 둘째형 군대가서 그 집 들어감.
아저씨가 돈생각하지 말고 공부해라 했는데 그 집 막내딸한테 공부하는법 가르쳐달라고 해서 갈켜줌.
대학 다니면서 같은과인 작은형한테 자격증 뭐 따면 좋을까 물어보고 토익 컴퓨터 자격증부터 땀. 오로지 독학. 남들 다 가는 군대 안가니까 공부할 시간은 많았음. 여자친구 학교다니면서 3명 사겼는데 좀 깊어질려면 '아 공부해야돼' 생각들어서 차임 ㅋㅋ
학교 다니면서 장학금도 받고 입상도 해보고...
근데 막내딸이 나 좋아함. 나도 얘가 불만불평 하나도 없고 착하고 순수하고 그래서 좋아했는데 차마 아저씨 형들 생각나서 암말 안함.
졸업식때 아저씨만 오고 형들은 축하한다고 전화옴. 아저씨가 먹고 싶은거 다 사준다고 말해보라함. 치킨먹고싶다고 하니까 율하에 치킨뷔페 데려감ㅋㅋ
배터지게 먹고 집 앞 정자에 앉아서 얘기하는데 여기 나 앉아서 꼬라볼때만해도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함. 자기가 봤을땐 나는 진짜 바보라고. 평생 공부안하던애 안타까워서 시켜놨더니 군말없이 공부하고 이렇게 대학도 졸업하고. 머리가 원체 좋은애로 생각하고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바보라고 함. 나도 그냥 씩 웃고있었는데 내가 우리집 셋째 아들이라고 함.
근데 ㄴㅇ이(막내딸) 나 좋아하는거 아냐고 물어봄. 알고있다고 함. 너도 좋아하냐고 물어봄. 가만히 있음. 오래된거냐고 물어봄. 가만히 있음.
아저씨가 생각 많이 해봤는데. 모르겠다고함. 자식들 연애하는거 당연한건데 이건 뭐 둘다 자식이니까 답이 안나온다고.
만약 둘이 헤어져도 넌 내 아들이라고 허튼 생각 하지 말라고 함. 근데 왠만하면 진짜 결혼까지 갈 생각으로 만나고 아니면 만나지말라고 함.
생각보다 큰일 안생기고 조용히 넘어갔는데 도저히 같은 집에서 살면 안될것같다고 작은형 집으로 감.
거기서 취업준비하는데 자소서에 암만 고아출신이지만 보호자 있다고 해봤자... 법적 보호자가 아니지 않냐고 물어보면 예 그렇습니다... 꼭 저것때문에 떨어진건 아니더라도 참 그걸 굳이 왜 물어보는지
그 뒤로 서류 떨어지고 면접 떨어지고 붙으면 아 월급이 생각했던것보다 떨어지고...
그러다 중소기업에서 연락이 옴. 면접 언제언제 하니 본사로 오면 됩니다...
그냥 가서 ㅅㅂ고아 물어보기만 해바라 했는데 역시나 물어봄
내가 ㅅㅂ나 이렇게 불쌍한 놈이었다 진짜 밑바닥까지 기어갔다 근데 진짜 좋은 사람들 만나서 사람답게 살려고 한다 왈라왈라 감정에 호소함
당연히 이력같은것도 중간중간 소개함
여자면접관 움
남자면접관들 코잡고 '거 참 힘드셨겠네요...' '좋은 분들 만나서 다행입니다' '아 정말 아름답다'
몇일 뒤에 최종면접 합격했다고 함
오늘 출근하니까 신입사원들 사장님이 보자고 하더니
나보고 도저히 그런 고생한 얼굴이 아닌데? 이럼... 하하 작게 웃으니까 잘생겼네 그러고 앞으로 열심히 하자고 함
끝
나만큼 드라마틱한 인생 살아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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