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당연히 이기겠지 닐리리 하면서 봤는데
역시 축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거네요.
이번 경기는 바르샤가 물론 잘하긴 했지만
거의 맨유가 자멸하다시피한 경기양상으로 흘러갔는데요
그 전범을 꼽자면
1. 웨인 루니
퍼거슨이 얘를 왜 측면에 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박지성이나 작년 챔스 하그리브스 역할을 바랬던듯)
루니의 정체성은 측면에서 예쁜 크로스를 올리는 윙어가 아니라 중앙에서 날뛰는 맹수입니다.
작년에는 루니와 테베즈가 특유의 오지랖 활동량으로 중앙 라인을 제압해서
뒤에 캐릭과 스콜스가 편하게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역습상황에서는 호날두와 루니의 쇄도로 상대 수비를 뒷걸음치게 만들어서 성공했는데
올해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루니를 측면에 놓고 호날두를 전방에 놓는 바람에
수비는 강해졌을지 모르겠지만 호날두와 루니의 특성을 정 반대로 사용해버리는 바람에
맨유의 정체성인 '카운터 어택'이 전혀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카운터 어택이 위협적이지 못하면 점유율 축구의 제물이 될건 뻔한 이치죠.
게다가 오늘 특별히 컨디션이 개판 오분전이어서
공격때는 수비진을 휘젓고 수비시에는 1선에서 공격을 끊어주는 선봉장 역할이 전혀 안됨.
2. 알렉스 퍼거슨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데르손을 빼고 테베즈를 넣을때만 해도
아주 괜찮은 교체타이밍과 교체카드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이후에는 이해할수 없는 교체카드를 사용하더군요.
수비든 공격이든 찬스를 적절히 만들어내면서 잘하고 있던 박지성을 빼고
이적료 30.5m파운드, 주급 9만파운드짜리 잉여 베르바토프를 넣는가 하면
그 상황에서 긱스를 빼는건 맞지만 왜 수비가 안되는 스콜스를 넣은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지고있을때 호날두-테베즈-베르바토프-루니에 뒤에 수비 안되는 스콜스 놓는 전술은
좆ㅋ망ㅋ하는 지름길이라는걸 OT에서 리버풀한테 4:1로 발렸을때 깨닫지 못한건지
이번에도 똑같이 써먹다가 오히려 메시한테 추가골 쳐먹고 떡실신 당했죠.
스콜스 무릎태클로 퇴장까지 먹었다면 지난 OT에서 리버풀과의 경기의 재림을 봤을텐데
다행히 심판은 지고있는 맨유가 불쌍했던지 매우 관대하게 봐줘서 이정도였습니다.
히딩크의 바르샤 상대법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어야될 감독이
오히려 병신짓의 선봉에 선것을 보면 아무래도 은퇴를 해야 할 때가 온듯 싶네요.
맨유는 지금껏 챔스결승에서 패한적이 없는 팀이었지만(물론 몇번 올라가지도 못했음(정보))
이번에 아쉽게 준우승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기는 정말 결승전다운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번 첼시 vs 바르셀로나 4강과는 달리 심판은 아주 경기를 노련하고 매끄럽게 운영했고
작년 맨유 vs 첼시 결승과도 다르게 개매너와 신경전때문에 보기가 괴로운 경기도 아니네요.
바르샤는 빅리그라 불리는곳에서 두번째 거둔 트레블이라 그 의미가 남다를테고
과르디올라 감독도 선수-감독으로 챔스를 우승한 8번째 인물이 되어 더욱 기쁘겠죠.
내년 클럽월드컵으로 배배 꼬일 일정과 히딩크같은 토너먼트 수비전술의 거장만 조심하면
챔스 2연패는 물론 트레블 2번 또한(클럽월드컵 포함 쿼드러블?) 불가능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맨유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기때문에 이번 기회에서 뭔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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