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전과제를 100% 달성했다고 해서 100% 클리어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장비를 다 업그레이드한 것도 아니고, 모든 장비 염색을 다 획득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과제 100%가 된다는 게 이 게임의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일단 제 성향을 얘기하자면 전체적인 그림보다는
사소한 디테일에 트집을 잡아 까길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개인적으로 크게 거슬리는 점이 느껴지면 즉시 게임을 접는 타입입니다.
삶이 스트레스라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경쟁 역시 싫어합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플레이하며 느낀 불만 역시 몇 가지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로사와 모드.
저는 이 "구로사와 모드" 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 흑백 필터 모드에 큰 기대를 했고,
솔직히 말해 게임 구매 이유의 7할 정도는 이 모드에 대한 기대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실망을 했는데....
게임의 장면 시퀀스, 구도, 인물 배치 같은 건 일본 시대극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거의 베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해서 재미있었지만,
그를 뒷받침할 "구로사와 모드"의 흑백 효과는 엉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흑백 필터가 아니라고는 하지만....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냥 필름 그레인이나 노이즈 좀 뿌린 것에 불과한 흑백 필터 맞는 거 같은데요.
흑백 촬영은 원래, 그냥 찍으면 제대로 보이는 게 없기 때문에 시인성을 위해 어마어마한 애를 씁니다.
인물과 그 뒷편의 배경은 그 구분을 위해 명암 대비를 확실히 하며,
조명을 쏴서 인물의 테두리를 밝게 하거나
심지어는 배경과 인물을 따로 촬영해서 앞에다 붙이는 등의 표현도 씁니다.
그만큼 영상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눈에도 큰 무리를 주지 않는데(첨부 영상 참조)
본 게임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적과 아군의 구분도 잘 가지 않습니다.
수집해야 하는 자원이나 아이템 같은 경우에도 그냥 배경과 잘 분간이 되지 않아
잠깐 플레이하다 보면 눈알이 빠질 지경입니다.
흑백이니까 불편한 건 당연하다고요? 물론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그렇게 "구로사와 모드" 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일 거였으면
그 모드로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게끔
게임 디자인 전반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요?
굳이 컷씬 구도 전체를 그렇게 오마주할 정도였다면 말입니다.
아무튼 저는 그래서 구로사와 모드로 1시간 반 정도를 플레이하는 데에 그쳤고,
이미 이 부분에서 이 게임에 대한 정나미가 절반은 떨어졌습니다.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고 나머지는 사족입니다)
- 모션 완성도
검술 액션에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게임이지만...저 개인적으로는
전투 모션은 그냥저냥이었던 것 같습니다.
화면에서 UI까지 왕창 배제하면서까지 영화처럼 보이려 하고 몰입감을 주려 하는 주제에
전투 모션만 지극히 "게임스러운" 것은 좀 모양빠지긴 합니다. 특히
버튼 홀드했을 때 나가는 공격과, 신화적 설화들을 완료하고 획득하는
필살기들이 좀 "으엑 이게 모람" 싶은 감은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건 업계 전반에 아예 드문 것도 아니고,
더 구린 게임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저는 금방 적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캄 시리즈 모션이 훨씬 웃겼습니다. 빙글빙글)
제 개인적으로 더 신경쓰였던 건 '이동할 수 없는 지형에 대해 점프했을 때의 동작'과
몇몇 컷씬에서의 어색한 동작들입니다.
사실 전자의 경우 대부분의 게임에선 지극히 당연한 거라 뭐라 불만 가지기도 애매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저 같은 병신들이나 이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게임은 이동의 비중이 굉장히 큰 게임이고, 이동 간에
지형을 뛰어넘거나 매달리는 파쿠르도 오질나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둥글고 큰 바위를 향해서 점프했을 때....이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점프 모션 그대로 굳은 채 바위의 곡면을 훑으며 스스륵....미끄러지듯 올라가다 내려옵니다.
별 거 아니지만 제게는 크게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라고 느껴졌습니다.
후자의 경우 특히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완전 초반에 두드러지는데....몸에 불이 붙었으니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냥 몸 몇 번 두드리더니
풀썩 쓰러져 죽기도 하고(이건 진짜 게임 시작 2분 만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튜토리얼 성으로 나오는 어린 주인공의 수행 장면에서도 얼굴 표정이나 동작이나
뭐 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습니다. 사실 그냥 다른 게임 같았으면 저는
"초반 10분이 별로면 그 게임은 별로인 게임이다" 라는 평소 생각 하에 게임을 꺼버렸을 텐데,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 자막
꼭 저처럼 일본에 살다온 분들이 아니어도, 그냥 오타쿠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시는 분들이 듣기에도
일본어 음성과 자막 내용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플레이 하다 보면 꽤 거슬리는 부분이고
특히 어떤 경우에는 내용이 아예 달라서 당황하게 됩니다. 하이쿠도 전혀 말이 안 되게 지어지기 십상이고,
더 사소하게는 주인공은 원래 지독한 꼰대 사무라이라 신분이 낮은 사람을 굉장히
하대하는 말투를 쓰는데 번역으로는 나름 공손히 말한다든지 하는 부분까지....
이는 자막이 영어 음성 및 자막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고,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유독 영-일, 일-영 번역 시에 종종 있는,
의미를 절반 정도 무시한 번역이 만연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실 그냥 내용이 좀 다른 건 꼭 이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려 해도
어떤 때는 명사마저 자기 맘대로 번역해놓은 경우가 있습니다. 2장부터 등장하는
"낭인(로닌)" 이라는 말과 단어는 모조리 "초립단"으로 번역되고, 심지어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지 맘대로인 경우가 있습니다. 주인공 아버지 이름이 카즈마사인지 타다시인지,
야리카와의 원령 이름은 토키요리인지 토키아사인지....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 그 외
연출에서 슬로우 모션을 엄청나게 남발해댑니다.
일본 시대극 영화를 오마주한다는 것이 실수로 중국 뽕빨 액션 영화를 찾아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결투할 때도 슬로우 모션....회피할 때도 슬로우 모션....
쳐낼 때도 슬로우 모션....암살할 때도 슬로우 모션.....
근데 그걸 무슨 칼질 한 번 할 때마다 슬로우 모션을 집어넣으니,
중간에 5명 연속으로 죽이기 이런 장면에서는 정말 가관이 따로 없습니다.
또 정말 개인적인 문제로, 저는 캡쳐보드가 없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송을 할 때
PS4의 SHARE 기능을 통한 트위치 방송 송출을 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 게임의 경우
방송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첨부한 3번째 짤과 같이 화면이 완전히 개박살나버리는
문제가 발생해서 도저히 플레이가 불가했습니다. 이는 제 모니터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방송을 끄면 화면이 즉시 괜찮아집니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게임의 경우 방송을 할 때 이런 문제가 전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왜 나무위키에 있는 내용 그대로 가져와서 길게만 썼냐고요? 그것도 제가 썼습니다(유제스 곳초 톤으로)
거기에 저는 이런 월드맵에 마커 잔뜩 뿌려놓고 폐지 줍기 시키는 게임을 더럽게 싫어해서
위처 3도 싫어하고 어쌔신 크리드도 싫어하고 디비전도 싫어하는데
이 쯤 되면 "그럴 거면 이 게임 대체 왜 했냐" 싶으시겠지만....
일단 이런 정통 사무라이가, 이세계가 아닌
진짜 일본에서 칼질하는 게임은 근래에 보기 드물어서 재밌게 했습니다.
전 요즘 서브컬쳐 소비자들 분위기처럼 일본만 나오면 "웩 좆본 개극혐" 꼭 이러진 않고
거부감 없이 잘 그린 건 그런 대로 잘 소비하기 때문에....
구로사와 모드 자체는 개극혐이었지만
위에 적었듯 화면 구도나 인물 배치 자체는 시대극의 그것이어서
또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거 같구요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해 다크 나이트가 된다는 스토리 자체는 그야말로 신물나는 내용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나 그럭저럭 평타는 치는 내용이기에 엔딩까지 재밌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도전 과제도 어렵지 않았고, 특히 "어려움 이상 난이도로 클리어" 같이
단순한 볼륨 늘리기 용 병신 도전 과제 없이, 그냥 게임 완료 후에도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하는 일 없이
어렵지 않게 완수할 수 있는 과제들만 수록돼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 게임 재밌었다!" 하고 게임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고,
게임도 저를 쿨하게 놔주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과제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부족하다구요? 제 알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 이미 케케묵은 라오어2 떡밥을 꺼내 비교하며
어느 게임이 더 갓겜이네 하며 어그로를 끌고 싶진 않고,
솔직히 말해 그냥 구로사와 모드에 불만이 많아서 썼습니다. 윽 씨발 너무 게갓에
그와 별개로 게임은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플래티넘 따기 그렇게 쉽다는 스파이더맨(PS4)도 지겨워서 엔딩만 보고 찍 싸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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