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한 달째 암병동에 상주해 있습니다.
한 달 전 망원댁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119 타고 응급실에 실려 와 입원했는데, 가슴 안에 찬 흉수를 무려 3리터나 뺐습니다. 또 이래저래 증상을 확인하다 보니 뇌신경 쪽에 작은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기존 암과는 별개로 40대 여성에게 뇌수막 양성종양이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데, 아내도 그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건 그거대로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했고요. 보통 예후가 좋다고 합니다.
그보다 제일 다행인 건 이번에 제가 청원 중인 신약이 아내에게 효과가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는 겁니다.
사실 거의 1년 만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그동안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이거 하나가 저에게는 상당히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만 되면 너무나 좋을거 같습니다.
이래저래 하다 보니 입원한 지도 한 달이 넘어갑니다. 저도 병동에서 간병인으로 상주 중이고요.
암병동에 있으면서 돌아가신 분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호스피스로 가신 분들도 보았고요. 엊그제는 저희와 한 달 가까이 옆자리에서 입원 생활을 하셨던 분이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초진 후 바로 입원하셨고,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된 분이셨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식사도 못 하시고 잠만 주무시다가 결국 처치실로 가시더니 돌아가셨어요.
암병동에 있으니 죽음과 자주 직면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죽음이란 게 가까이 있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허망하게 떠나기도 하는구나 싶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남편분이 병실에 오시면 웃으시던 분이 소천하시는 걸 보니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요즘 저희 부부를 아프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많이 컸다는 겁니다.
엄마 걱정, 아빠 걱정도 많이 하고 투정 부리는 것도 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장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전화할 때마다 예전과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마음까지 깊어진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은 이런 걸 좀 더 몰라도 될 나이가 아닌가 싶은데, 제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네요.
사실 저도 작년에 신장암 수술을 했습니다. 저는 1기 정도라 맹장 수술과 진배 없었어요. 지금도 계속 관리하고 관찰하고는 있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항암도 안 하고 수술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신장 윗부분에 종괴가 자라난 거라 그것만 똑 떼어냈고, 신장 기능에도 이상이 없습니다.
허나 그 일을 겪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커리어도 꼬이게 되고, 제가 그리던 삶과는 너무 멀리 떠나오게 되었어요.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어쩔 때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비겁하게 삶 자체를 그만둘까, 내가 먼저 가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올 봄부터 사라졌어요. 아내가 항암 효과를 보지 못하고 통증에 시달렸거든요. 매일 밤마다 통증 때문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당시 바꾼 항암약이 몸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지금의 신약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이전 항암약의 후유증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 살려보겠다고 뭐라도 붙잡고, 돈이 없으면 집이라도 팔아서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지 스스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뒷바라지해 줘야 하니, 그때까지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버텨야 할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저것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저리 주저라 두서 없이 글을 썻는데… 금요일입니다. 저도 예전에 주식으로 파나메라랑 X7이랑 날려놓고도 정신 못 차려서 삼전닉스에 개쳐물렸는데ㅜㅜ 그래도 황말올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점심 맛있게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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