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신 이후
촌에서 혼자 소 키우고 계신데 실상 밥만 주시는거고
주말마다 제 손이 가지 않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현재 27두)
그렇게 거의 10년간 제 주말은 소똥치우기, 축사정비 등등
제 물리적인 힘과 시간 그리고 정신적인 에너지까지 야금 야금 갉아먹혀왔어요. 어머니께서 적당한 일은 하시는게 건강에 도움이 될테니...또한 내가 아버지를 대신하고 남은 효도를 하겠다는 인간적 도리이자 일종의 부채감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핑계인지 아닌지 연애는 어떻게든 힘써서 해왔으나 결혼은 모두 여의치 않았습니다.
젊을땐 약간의 결벽도 있으셔서 저는 욕실에서 일어나서 씻은적도 없고 지금도 습관이 되어 쪼그려 앉아 씻습니다.
(거울이나 벽에 물이 튄다는 이유로)
그랬던 어머니께서 온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셔서
추석이후로 청소를 시작했어요.
여기서 몇번 얘기해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애가 이때 우리집에 오고싶다고 했어요.
"그래 집구석 꼬라지 어떤지 한번 보고 지레 겁먹고 도망가든 어찌됐든 실상을 니가 한번 봐라" 라는 마음으로
오라고 했어요.
그때 와서 그 사람이 집안 정리를 돕고, 엄마랑 산책도 가고
고마웠어요.
어느 주말은 제가 고장난 청소기, 전기장판, 밥솥을 스티커 붙여서 내다버렸는데 밤 9시에 자다가 일어나셔서 망할놈이 나중에 다 쓸데가 있는데 모두 내다버렸다며 쓰레기장으로 가시기에 붙잡고 말렸더니
막대기로 저를 때리면서 온갖 욕을 하셨습니다. 어디가서 죽어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요.
원래 그날 저녁 여자친구에게 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기분이 안좋아서 이런저런일로 못 만나겠으니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겠다. 미안하다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근데 얘가 제가없는 저희 집(시골집)으로 가서 엄마랑 얘기하고 같이 자고 아침까지 얻어먹고는 저희 집으로 왔더라구요.
그 이후로 주기적으로 엄마에게 전화도 하고 안부도 묻고요.
사실 이 사람에게서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많이 못 느끼고 있습니다. 이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해요.
하지만 심성만큼은 너무 귀한 사람이라 마음이 결혼으로 점점 기울고 있어요.
다만 너무 두려운 것은 결혼 후 제가 다른 유혹에 쉽게 흔들릴까봐 두렵네요.
주변 유부남들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나면
"너무 귀한 사람" 현시대의 "유니콘"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매력(즉 관능적 매력) 은 결혼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
그게 사실이라면 결혼을 하는게 맞는 것 같거든요.
혹시나 제가 "황금 덩어리"를 눈앞에 두고 멍청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선배 유부남" 들에게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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