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집은 '지금 세상에 한국 명문대 경쟁은 불필요하다. 대신 나중에 원하는 바가 뚜렷하게 생겨서 특정 외국계 대학이나 국내 특정 대학을 가겠다면 그때 지원해 주겠다.' 모드임.
그래서 공부는 기본적인 동네 영어, 수학 학원 제외하고는 안 시킴.
대신에 수영, 주짓수, 드럼, 피아노, 노래, 줄넘기, 미술을 배우고
나머지는 주로 책을 읽게 하고 유튜브나 게임도 많이 하는 편임.
그리고 추가로 좀 무리해서 여행이나 캠핑을 많이 다님.
그 이유가 나름 교육관을 고민해본 결과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건 더 이상 학벌이 아니라 '바른 인성, 아주 다양한 경험. 상상력과 창의성, 책을 베이스로 한 기본 지식토대 위에 원하는 것을 그려낼 수 있는 기획력, 설정 능력'이라고 결론 내림.
그리고 그걸 위해서 학벌을 목표로 한 지나친 사교육, 선행학습, 과열된 학습 경쟁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함.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
주변에 보면 초3때부터 부모가 시키지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주변 학원 다 조사하고 콕 집어서 '나 청담동 xx학원 보내줘요.'하는 공부변태들이 있음. 진짜 공부를 즐기고 밥먹고 책만 들여다보는 타고난 그런 애들은 공부 시키는게 맞음.
근데 우린 애는 엄마 닮아서 공부머리는 있지만 하기 싫어함.
물론 애가 학교 성적 안 나오고 기본적인 것도 다 틀릴 때마다 불안하고 더 시켜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참아가는 중.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몇 가지 떠올려 보자면.
주변에 같은 유치원 -> 빡센 학습 테크 타는 집이 많은데
대놓고 '그래서 목표가 뭐에요?'라고 물으면 다들 어느 정도 이상의 대학, 아니면 해외 대학이라고 대답함.
그래서 그 다음에는요?라고 물었을 때 명확히 대답하는 집이 한 군데도 없음.
당연히 급변하는 세상 속에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일단 좋은 대학 나오면 안전빵이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는데
지금도 서연고 출신 백수, 비정상적 경제활동 인구 넘쳐나는 마당에
그 불투명한 안전빵에 기대를 거는 건 아닌 것 같음.
지금 이 순간에도 AI에 의해 수십, 수백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있음.
내가 졸업한 학과 역시 이제 불필요해졌고 동기들은 어찌어찌 윗대가리에 앉아
버티지만 다들 자기들이 이 직업으로 먹고 산 마지막 세대임을 알고 있음.
이제 명문대 대기업 코스는 짧은 정년과 이후의 대책없음으로 인해 전혀 경쟁력 없고
상가들 절반은 비어있으며 전문직들은 어느 날 AI에게 쫓겨날까 날짜만 세고 있음.
지금 돈을 버는 건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쇼츠 제작자들 및 그들과 관련된 자들이지만
이것도 어느 순간에 대체되고 사라질지 모름.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앞으로 AI라는 인간보다 뛰어난 도구를 이용해
'흥미롭고 재밌는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함.
이제 누구나 AI와 대화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뭔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곧 옴.
그리고 그때는 정말이지 콘텐츠의 홍수와 범람이 시작될 거임.
누구나 만화, 영화, 쇼츠, 애니메이션, 게임을 AI에게 부탁해 찍어내게 됨.
하지만 지금 쏟아지는 쇼츠처럼 사람들은 금세 비슷비슷하고 질 떨어지는 콘텐츠에
질려버릴 거고 그럴수록 더더욱 재밌고 잘만든 콘텐츠가 가치를 갖게 될 거임.
이것은 비단 만화, 소설, 영화 같은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런 커뮤니티의 게시글, 매일 올라오는 SNS 게시물, 회사의 PT 자료나 하다못해
길거리 찌라시, 단톡방에서의 대화 등 모든 면에 적용될 거라고 봄.
그리고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타고나는 센스.
그 다음이 책으로 만들어진 지식 베이스.
다양한 경험과 기획능력이라고 생각함.
더불어 이건 단순히 경제활동 뿐만이 아니라
아이가 일생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거라고 믿음.
나는 어쩌면 지금 우리 아이 세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 수도 있다고 여김.
그 다음 세대는 솔직히 우리처럼 애낳고 회사다니고 가정꾸려
대대손손 사는 그런 모습은 아닐 거임.
그래서 나는 아이가 행복하게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음.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 지원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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